[단독] 부산서 지역 현안 꼼꼼이 챙긴 이준석…대표직 사퇴 의사 없는 듯
30일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다’는 공지를 남긴 채 부산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일 오후 부산시 고위 관계자를 만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 등 지역 현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 결단 등 향후 행보에 대한 관측이 분분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지역 현안을 챙겼다는 점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는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전날 오후 항공편으로 부산에 도착한 이 대표는 이날 동행한 김철근 정무실장을 통해 부산시 이성권 정무특보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와 이 특보는 당 청년 모임 등에서 함께 활동하며 상당히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 특보는 김 실장과도 친구 사이다. 이 대표와 이 특보는 그 직후 해운대 한 식당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는 김 실장과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도 함께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한 이 특보의 질문에는 일절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지난 9월 자신이 직접 현장까지 찾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에 대해 세세하게 진행 상황을 챙겼다고 한다. 또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에 대해 물으면서 부산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상의 일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앞두고 준비 중인 지역 공약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특보는 “당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지만, 지역 현안에 대해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를 했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각에서 추측하는 대표직 사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저녁 8시께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갖던 도중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긴 데 이어 30일 오전 공개일정을 전격 취소했고, 외부와의 연락도 끊은 채 잠행에 들어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불발과 자신이 반대한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등 ‘이준석 패싱’ 논란에 대한 항의성 시위로 풀이됐다. 이 대표와 동행한 김 실장, 김 최고위원 등 세 사람 모두 부산과는 연고가 없다는 점에서 당 관계자나 언론의 시선을 벗어나 ‘장기전’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가 이른바 ‘진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버린 ‘옥새 파동’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 측의 ‘패싱’ 행태를 당시 친박계의 전횡과 연결 지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