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도 달라질 건 없다”…전문가에게 듣는 ‘위드 코로나’(영상)
정부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위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사망자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설상가상, 기존 델타 변이보다 더 많은 변이 요인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도 등장했다.
3일 정부는 새로운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위드 코로나’ 기조는 가져가되, 사적 모임의 인원수를 기존보다 줄이는 내용이다. 오는 6일부터 4주 동안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은 8명으로 인원수를 제한키로 했다.
’위드 코로나’ 한 달. 지속적인 ‘위드 코로나’는 가능한 것일까.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방역사령탑들에게 코로나의 미래를 물었다. 취재진은 ‘부산의 정은경’이라 불리는 안병선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장(전 부산시 시민건강국장)과 윤태호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전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와 2시간가량 대담했다.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등장, 확진자 폭증, 부스터샷 범위 확대 등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책을 묻자 두 전문가는 마스크, 백신을 필두로 한 개인 방역에 방점을 찍었다. 두 전문가는 입을 모아 “바뀐 건 없다.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전문가와의 대담 내용을 주요 궁금증 중심으로 Q&A 형태로 정리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얼마나 위험한가?
△윤태호=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변이가 잘 생기는 바이러스다. 크게 세 가지 측면을 주요하게 봐야 한다. 얼마나 전파를 많이 일으키는지, 얼마만큼 치명적인지,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시킬 정도인지다. 하지만 극히 최근에 발견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답도 현재는 없다.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이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 관심보다 한 단계 높은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그 근거는 단백질 돌연변이가 델타 바이러스보다 2배 정도 많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무서운 변이 아니냐는 막연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시기인 듯 하다.
변이 바이러스의 과학적 특성이 밝혀지려면 1~2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정도 수준이다. 국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똑같다. 백신은 그대로 맞고, 추가 접종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오미크론이 백신 효과를 무력화시킨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또 마스크 착용, 손 씻기, 환기 잘하기, 밀집된 곳에 가지 않기 등 일반적 수칙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다.
△안병선=변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그 특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에는 알파 변이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다. 그래서 입국을 제한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알파 변이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베타 변이도 나오긴 했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감염을 많이 일으키지는 않았다. 지금은 감염력이 센 데다 치명성도 높은 델타 변이가 가장 위험한 변이이자 우세종이 됐다.
이처럼 유입은 됐지만 우세종이 되지 못한 변이들도 있었다. 모든 변이가 항상 우리에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이제 다시 이제 오미크론이라는 변이가 나왔는데 그게 주요 변이로서 우리에게 우세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위드 코로나’ 한 달째, 연일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위중증 환자 증가 추세도 심상치 않다. 현 상황에 대해 진단한다면?
△윤태호=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보다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 명명하고 싶다. 1단계 기준을 세울 때,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당시 감염 규모보다 좀 더 풀어준 부분이 있다. 소모임에 대한 인원 제한도 많이 풀어주고, 백신 미접종자도 네 명까지 포함됐다.
그러다 보니 백신 미접종자들에서 감염이 계속 나오고 있고, 일상의 모임들이 많이 이뤄지고 접촉의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니 확진자가 늘 수밖에 없다. 델타바이러스의 감염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중증환자의 숫자다. 중증환자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나오고 있다. 백신의 면역력 유효기간이 예상보다 상당히 짧았다. 원래는 6개월 이상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백신 패스 유효기간도 없었다.
7월 중순에 확진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이 7%로 가장 낮았다. 이 시기가 가장 많은 노인이 2차 접종을 하고 2주가 지난 시점이다. 현재는 35%까지 올라갔다. 추가 접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병선=애초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계획할 때보다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준비할 때 믿었던 게 있다. 그런데 이제는 환자 수가 많이 늘면서 의료기관에 부담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속도 조절을 하면서 환자 수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부스터샷을 맞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이 가능한가?
△윤태호= 오미크론 변이는 아직 ‘불확실한 변이’다. 반면 델타 변이는 어느 정도 감염력이나 영향력이 드러났다. 델타 변이는 원래 우한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보다 엄청나게 강한 감염력을 보인다. 또한 치명률도 상당하다. 하지만 백신으로 예방 효과가 있기에 우리가 델타 변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확실한 것에 먼저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오미크론이 전파되는 바이러스 중 우세종이 될지 안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현재 사망자가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게 오미크론 때문이 아니다. 델타 변이가 주요한 원인이고 1차 접종 이후 백신에 대한 면역 효과가 떨어진 부분도 영향이 있다. 다시 추가 접종을 하면 대부분 다 그 면역력이 올라가면 재감염이 안 될 것으로 본다.
△안병선=지금 국민이 맞는 백신은 델타 변이가 등장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백신이다. 하지만 델타 변이에도 유효했다. 같은 논리로 생각해보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유효하지 않다는 근거는 없다.
부스터샷을 맞는 것이 그래도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많은 분이 백신 접종을 해서 환자 수를 절대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새로운 변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돌파감염이 잇따르는 점도 백신 불신을 만드는 원인인 것 같은데?
△안병선=모든 예방 접종에 100% 면역력 획득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큼 지속하는 지가 명확하지도 않다. 현재 운영 중인 백신 패스를 지금 유효기간을 6개월로 잡았는데, 백신 종류에 따라서 효과가 6개월까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정 기간 주기적으로 계속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고 본다. 백신 효과를 계속 지속시키기 위해서 접종 스케줄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것들을 저희가 정하는 과정 중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연말·연초에 지금보다 더 심한 대유행이 생길 것으로 보나?
△윤태호=우리나라도 추가 접종을 하게 되면 현재 가파르게 진행되는 유행은 잡힐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가장 최우선은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것이다. 60세 이상 인구가 추가 접종을 받게 되면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고, 그와 동시에 확진자 수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문제, 겨울철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방역 수칙 잘 지킨다면 유행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안병선=연말에 다들 부서 회식하신다고 계획 잡은 데가 많아서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작년에도 그랬고 11월, 12월부터 시작해서 1월까지 유행 피크를 친 점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11월 12월은 우리 의료 시스템에 굉장히 부담이 가는 시기가 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엔드 코로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는 앞으로도 환자 수가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고, 특히 중환자 수 관리가능한 수준에서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예방접종률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높아진다면 코로나가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 질환으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마스크는 언제쯤 벗을 수 있나?
△윤태호=마스크는 유행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상당 기간 써야 할 것으로 본다. 마스크를 써서 호흡기 감염도 많이 줄어든 장점도 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만 잘하더라도 감염성 질환은 대부분 다 예방 가능하다. 마스크는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코로나를 예방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국민들께서 인식해주셨으면 한다.
-방역 일선 전문가로서 국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윤태호=올해 초까지 정부 브리핑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을 떠올려 보면 사회적 연대, 공동체성, 국민 참여 3가지였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어떤 개인이 어떤 자기 권리를 주장을 하는 것보다는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연대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연대는 기본적으로 우리 공동체를 지켜야 된다는 그런 인식에서 출발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국민들의 참여 부분이다.
일선 현장에서 의료진이 일을 하고 어려운 상황을 버티는 건 국민들의 연대 의식과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런 힘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지금까지 슬기롭게 헤쳐나갔던 동력이라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을 한다.
△안병선=코로나는 생각보다 영리한 바이러스였다. 우리는 굉장히 잘 인내해 왔는데 코로나 유행이 너무 길어지니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우리 국민이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인내력이 바닥이 드러나는 시간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올 9월 부산시에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중환자실이 꽉 찼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젊은 분이 중환자로 왔는데, 병원 어느 곳에서도 받을 데가 없는 상황이었다. 한 병원에서 ‘중환자실에 있는 어느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그때 순간 드는 생각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드디어 병상이 나왔다는 생각이었다.
중환자 병상이 꽉 차게 되면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이 생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모두 함께 하는 건 우리가 이런 비극적인 상황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영업시간과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소상공인에게는 삶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누구를 살려내는 상황이다.
많은 국민이 이해해 주시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 역량을 중심으로 조금 더 방역에 집중한다면 이 고비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촬영·편집=이재화·김보경 PD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