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 죄기 내년 가계 ‘돈맥경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따라 어려워진 은행 대출이 내년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올해보다 낮게 설정하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달 26일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로 4.5∼5%를 금융감독원에 냈다. 금감원은 앞서 같은 달 중순께 은행들에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제출을 요청하면서 내년 증가율을 평균 4.5%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증가율 목표 5% 이내
대출여력↓ 실수요자 불편↑ 예상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당국이 제시한 평균 수준(4.5%)에 맞춰 내년 목표를 제시했고,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자체 판단한 일부 은행의 경우 약 5%의 목표를 써냈다. 이와 관련, 이재근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현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와 관련 “내년에는 4.5% 이하로 성장해야 하고 이는 모든 은행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관리 상황을 보면, 우선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작년 12월 말 대비)은 11월 말 현재 KB국민은행 5.43%, 신한은행 6.30%, 하나은행 4.70%, 우리은행 5.40%, NH농협은행 7.10% 수준이다.
그러나 ‘4분기 신규 전세자금대출은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당국의 후속 방침을 적용하면 증가율이 크게 낮아진다. 4분기 신규 전세대출을 뺀 각 은행의 증가율은 KB국민은행 4.35%, 신한은행 4.10%, 하나은행 3.90%, 우리은행 3.80%, NH농협은행 6.90%로 집계됐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개별 은행별로 증가율을 조정해 평균 증가율 목표를 4.5%에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이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로 제시한 4.5%는 올해 증가율 목표 5%보다도 낮다. 이 때문에 내년에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4~5%대 관리 목표를 제시했고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자산시장 등 각종 동향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최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