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구 생색내기 급급한 '무늬만 블록체인' 사업
부산시가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교통카드 이용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지난 2일 부산의 블록체인 통합 서비스인 ‘비패스(B.PASS)’에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 서비스는 선불형 모바일 교통카드로, 비패스를 통해 개인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카드를 발급받아 충전하며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NFC) 결제가 지원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기기만 이용이 가능하고 아이폰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데 있다. 태생적으로 상용화에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 교통카드, 아이폰 사용 안 돼
맞춤형·차별성으로 사업화 가능해야
블록체인 교통카드 서비스의 카드 발급이 간편한 이유는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의 분산신원증명(DID) 서비스인 ‘간편 본인 확인 및 인증 서비스’ 기능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신원 증명 기술인 DID가 적용돼 교통카드 발급 시 필요한 정보만으로 쉽고 빠르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말고는 이번 서비스의 장점이나 매력이 없어 대중화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플랫폼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이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으로 돌려주는 게 블록체인이 가진 특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념이 무시되고 교통카드 기능에만 충실한 서비스여서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기존 교통카드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블록체인 교통카드 서비스는 2019년 지정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연계사업으로 추진됐다. 그런데도 수많은 아이폰 사용자와 상용화에 대한 고민 없이 블록체인 기술 적용에 급급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기존 교통카드의 혜택 수준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한 이용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 서비스가 외면을 당하면 지난 8월 2년간의 노력이 성과 없이 종료된 블록체인 특구 1차 사업처럼 또다시 ‘무늬만 블록체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 1차 사업의 하나로 부산은행을 통해 발행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디지털바우처’도 사용자가 없어 유명무실해졌다.
1차 사업의 쓰라린 실패는 부산시가 추진 실적을 노려 기업이 가진 블록체인 기술에 사업 모델을 억지로 맞춘 탓이란 지적이 많았다. 시가 생색내기에 치중한 블록체인 사업을 펼친 건 아닌지 겸허히 돌아볼 때다. 당초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생산유발 효과 895억 원, 부가가치 효과 629억 원이 기대됐다. 기업 유치와 창업 효과도 250개사에 달하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걸맞게 실효적인 성과를 내려면 시와 사업자들이 블록체인으로만 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와 수요자 맞춤형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발굴해 사업화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꿔야 하겠다. 블록체인 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