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 하나가 일자리·소득 창출 ‘효자’
딱히 쓸데가 없어서 버려지던 작은 씨앗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창출하는 효자가 됐다. 겨우내 남해안 곳곳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 씨앗 이야기다.
7일 통영시에 따르면 (주)한국동백연구소가 동백 종자에서 착유해 가공한 식용 오일 10t, 5억 원어치를 최근 프랑스 수출길에 올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수출시장 침체 속에서 이룬 쾌거다.
동백 씨앗 주목 한국동백연구소
통영시와 추출물 가공 제품 개발
식용 오일은 미국·프랑스 등 수출
씨앗 수매 늘어 농민 소득 증가
통영시 ‘시목’이자 ‘시화’인 동백은 사철 잎이 푸르고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겨우내 홀로 꽃을 피운다. 하지만 꽃이 떨어지고 난 자리에 맺는 씨앗은 사용처가 없어 버려지기 일쑤였다.
한국동백연구소는 이 씨앗이 품은 효능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1999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출발한 연구소는 통영시와 손잡았다. 동백기름 등 동백 씨앗 추출물을 생산하며 이를 원료로 하는 고부가 가공품 개발에 집중했다. 이후 식용 오일, 조미김, 피부·머릿결 보호용 에센스, 보습제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이를 토대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뚫었다. 특히 식용 오일은 동백 씨앗에서 정제한 최고급 식물성 유지로 2005년부터 미국, 중국은 물론 프랑스까지 수출된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20년에 국제 관능 품질평가기관 iTQi(international Taste&Quality institute)가 주관하는 ‘미각상’ 평가에서 ‘☆☆’(별 2개) 인증을 받기도 했다.
iTQi는 2005년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된 세계적 권위를 지닌 식음료 품질 평가 기관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출품된 제품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된 최고급 레스토랑 셰프와 국제소믈리에협회(ASI), 유럽 15개국에서 선발된 전문가 200여 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엄격한 미각 분석 절차에 따라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 맛은 기본이고, 후각, 시각, 끝 맛, 질감 등 세분된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인증이 부여된다. 최대 ‘☆☆☆’(별 3개)까지 받을 수 있다.
통영시 특산품인 동백화장품 ‘레드플로(redFlo)’도 연구소에서 공급하는 추출물로 개발한 제품이다. 시는 2007년 화장품 전문 기업인 소망화장품(주), 코스모코스와 손잡고 동백 씨앗을 연료로 한 화장품 상품화에 성공했다. 레드플로 상표를 포함해 제조와 생산 등 모든 공정에 대한 기술권을 가진 통영시는 지식재산권 사용료(로열티)로만 3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2019년에는 연구소가 개발한 비화학적 방식에 의한 고순도 동백유 착유와 정제법이 특허 출원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한방항노화 현장애로 기술과제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항노화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제품 원료가 되는 씨앗 수매도 꾸준히 늘었다. 통영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연구소는 2011년 15t을 시작으로 2018년 27t, 2019년 32t, 작년 34t을 사들이는 등 꾸준히 수매량을 늘리고 있다. 이 기간 지역 농민 600여 명이 농한기 2억 4000만 원 상당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도 최근 두 달 사이 180여 명이 수매에 참여해 총 43t을 수확했다.
심명란 통영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지역 유휴자원인 동백 씨앗이 지역의 기술로 가공돼 고급 특산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통영이 동백산업 메카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