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세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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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세금은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다고 했던가? 오죽했으면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기원전 2500년 이집트 최초로 통일 왕국을 이룬 메네스 왕 시대에도 세금 관련 기록이 발견될 정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성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한 이상한 세금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이 1662년 영국 왕 찰스 2세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도입한 난로세다. 난로 1개당 세금 2실링을 징수했다. 집 안으로 들어와 난로 숫자를 세던 세리들의 말썽이 끊이지 않자, 대신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를 도입했다. 창문 6개까지는 면세, 그 이상은 세금을 매겼다고 한다. 영국과 100년 전쟁을 치르던 프랑스도 창문세를 실시해 1925년까지 세금을 거둬들였다. 백성들은 세금이 무서워 아예 창문을 없애고 어두컴컴하게 살 정도로 조세 저항이 심각했다. 17세기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는 수염을 기르려면 해마다 수염세를 내도록 했다고 한다.

조선 말기 다산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지금 당장 고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다”라면서 백성 착취 수단으로 돌변한 세금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적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지배계층의 무능과 부패, 문란한 세금 정책이 심각해지면서 나라는 점점 망국의 길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다산이 죽고 26년 뒤인 1862년에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임술민란’도 삼정의 문란 등 과중한 세금 부과에 항의하는 몰락한 양반과 농민층이 연합한 민중 반란이었다. 조선의 붕괴를 재촉하는 서막이었다.

오는 15일 ‘국민 2% 부자만 해당한다’는 종합부동산세 납부기한을 앞두고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위헌소송까지 낼 정도로 대상자 중에서 스스로를 ‘대한민국 2% 부자, 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종부세 폭탄에 대한 개혁을 쟁점화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토지 보유세인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정부와 여당도 성난 민심에 놀라 허겁지겁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금 정책은 권력의 흥망 등 세계사의 고비마다 숱한 영향을 끼쳐 왔다. 정권이 정책 실패로 폭등한 집값을 당장 잡겠다고 들쑤셨다가, 반목과 갈등만 키우고, 민심까지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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