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늑장 행정에 '준공 하세월' 오페라하우스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북항의 오페라하우스 사업이 외관 파사드(facade·건물 정면부) 공법 문제로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오페라하우스 건립비가 최근 550억 원이나 증액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데 공법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완공 시기는 하세월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해야 하는 부산시는 문제 해결은커녕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총체적인 행정 난맥상마저 보인다. 최근 5개월 사이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을 담당하는 부산시 건설본부장이 3번이나 바뀔 정도였다니 할 말 다 했다 싶다. 이러고도 제대로 된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설계 단계부터 놓친 파사드 공법 문제
대체 방안 늦어지면서 시민 부담 가중
논란이 되는 파사드 공법만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대체할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부산시는 이미 지난해 3월 ‘트위스트 박스’ 공법으로는 제작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시공사에 대안 설계를 지시했으나 설계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년 만에 원안 추진을 통보했다고 한다. 다시 사업 지연에 대한 비난이 일자 부산시는 사업 관계자들과 공법 콘테스트를 열고 총 4개 안을 도출했지만, 이것마저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 1월에 외관 파사드 제작에 들어가야 했지만 11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자꾸 결정이 미뤄지면서 2023년 초 완공은 물 건너갔다.
애초보다 약 550억 원 증가하는 총사업비(3050억 원) 확보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공동사업자인 부산항만공사(BPA)는 기획재정부의 거부로 800억 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자체 재원을 조달해서라도 오페라하우스를 완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롯데그룹이 기부한 1000억 원을 제외하고 부산시가 확보해야 할 예산이 200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은 여간 큰 부담이 아닐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사드 공법 문제까지 더해져 공기가 지연되면서 시민 혈세는 더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물가 상승 등으로 이미 늘어난 사업비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행정이 문제가 되어선 곤란하다.
물론 설계 단계부터 부산시가 꼼꼼히 체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전의 안이한 대응 못지않게 지금은 늑장 행정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더욱이 북항 오페라하우스 완공은 부산의 미래가 걸린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하루속히 제 궤도를 찾아갈 수 있도록 부산시의 분발을 촉구한다. 말로만 “이른 시일 내 최적의 공법을 선정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실행력으로 보여 주기 바란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부산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