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 길 바쁜 부산엑스포, 정치권이 발목 잡나
다음 주인 14일 국제박람회기구(BIE)를 대상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의 첫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엇박자 행보다. 박람회 지원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의 위원장 감투를 놓고 아직도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국회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한 게 지난 9월이다. 벌써 넉 달이 지나는 데도 지금껏 이 모양이다. 부산시와 시민들은 다가온 첫 PT의 완벽한 준비를 위해 초비상 상황인데, 정치권만 자리다툼으로 세월만 보낸다는 비난이 절로 나온다. 긴박감도, 절실함도 볼 수 없는 지금 정치권 행태를 보면 그런 비난을 들어도 싸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첫 프레젠테이션 날짜 일주일 앞으로 일정 급박… 더는 국회 특위 지연 안 돼 국회 특위 구성이 지지부진한 것은 일차적으로 국민의힘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여야가 서로 위원장을 맡겠다고 버티던 상황에서 지난 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박람회 예정지인 북항재개발 현장을 둘러보면서 “국회의 실질적 활동이 중요한 만큼 (당에서)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위원장 양보를 당에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부산 의원들은 지역 내 의원 수가 많다는 점을 들어 비협조적이다. 민주당에서 정권이 바뀌면 위원장 양보를 밝혀도 막무가내라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같은 당 대선 후보의 당부도 무시하고, 위원장 감투에만 매달리는 모습에 박람회가 안중에나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권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첫 PT 날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을 비롯해 모스크바, 로마, 오데사, 리야드까지 5개 도시에 대한 BIE 평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부산은 이중 가장 먼저 PT를 실시하는 후보지라고 한다. 첫 발표 도시의 이점을 살려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할 좋은 기회다. 부산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날 PT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민들도 이에 발맞춰 같은 날 범시민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박람회 홍보·유치에 적극 참여할 것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7일 유치위원회와 맺었다. 박람회 유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사심 없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박람회 유치 일정에 정치권의 한가로운 자리다툼은 시민들의 분노만 자아낼 뿐이다. 정치권이 유치 과정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계속 발목만 잡는다면 부산시민부터 가만있지 않을 듯싶다. 국민의힘은 ‘부산의 여당’이라고 자처한다면 박람회와 부산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야당이 비협조적이라는 핑계를 들어 특위 출범에 마냥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박람회 유치는 국가 차원의 과제다. 집권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과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람회 첫 PT 날짜가 코앞인 만큼 이 문제는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