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예약창 ‘불티’… 겨울 캠핑족 안전사고 ‘불안 불안’
지난 1일 오전 9시 부산 강서구의 A 캠핑장 홈페이지. 한 달 뒤인 다음 달 1일 토요일 캠핑장의 111자리는 예약 창이 열린 지 정확히 10초 만에 ‘매진’이 떴다. 이 캠핑장 회원 수는 코로나가 본격화된 지난 2년 사이 1만 1000명에서 4만 5000명으로 4배가 넘게 늘었다. A 캠핑장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내모임이 줄고 해외여행도 제한되면서 모든 캠핑장이 극성수기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 여파로 ‘캠핑족’이 급증하면서 난방기구로 인한 캠핑 안전 사고가 잇따른다. 공식 캠핑장뿐만 아니라 노지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겨울철 질식이나 화재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난방기기 켠 채 차박 사고 등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증가세
부산소방청 캠핑 화재 실험
닫힌 텐트 속 숯불 위험성 경고
7일 오후 2시 부경대 공동실험실습관에서 부산소방청이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발생 실험’을 진행했다. 캠핑용 난방기구를 밀폐된 텐트 안에서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소방당국과 부경대학교 공동실험실습관 연구원들은 밀폐된 텐트에서 난방기구를 가동해 시간대별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내용의 실험을 했다. 이날 사용된 난방기구는 캠핑족이 주로 사용하는 숯, 무기동히터, 이동식부탄연소기, 등유난로다.
가장 처음 불을 붙인 숯을 밀폐된 텐트에 넣었더니 1분도 안 돼 매캐한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3m가량 떨어져 서 있었는데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기 시작했다. 15분 뒤 측정한 텐트 안 일산화탄소 농도는 무려 5000pm. 일산화탄소의 정상 농도는 20pm으로, 이는 정상농도보다 250배 높은 수치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0pm에 도달하면 약 1~2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부산소방본부 김만수 홍보팀장은 “최근 분리형 텐트에서는 한 칸에서 음식 조리를 위해 숯 등을 이용하고, 옆 칸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연결된 공간이라 일산화탄소에 그대로 노출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캠핑장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캠핑 안전사고는 2018년 115건, 2019년 139년, 지난해 142건으로 계속 늘었고, 사고원인 중 61.9%가 화재, 발연, 가스로 드러났다.
캠핑장뿐 아니라 무료 주차장, 외곽 도로변, 공터 등에서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겨울철 안전사고 위험은 더욱 커진다. A 캠핑장 관계자는 “공식 캠핑장에서는 주기적인 순찰, 방송 등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지만 그 외 공간에서의 캠핑은 스스로 안전수칙을 유의하지 않으면 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난방기기를 켜둔 채 ‘차박’을 하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경남 합천군 합천댐 인근에 서 있던 차량 안에서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온수매트 물을 데우기 위해 켜둔 LP가스통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질식한 것이다. 당시 차량 창문은 모두 닫아 밀폐된 상태였다. 소방재난본부 강상식 화재조사담당은 “캠핑용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 가스 중독 사고를 방지하려면 텐트 환기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숯 등 화로대는 자주 환기한다 해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