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목소리 키우는데… 뒤로 물러선 윤석열 왜?
국민의힘에 화려하게 복귀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본인의 대표 브랜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시장주의를 강조한 윤석열표 경제공약 대전환이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대선후보는 뒤로 물러서고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모양새인데,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경제민주화 전면 내세우며 복귀
윤 경제공약과 방법론 차별화
윤 “통합 정치하겠다” 보조 맞춰
중도층 공략 위한 전략으로 풀이
김 위원장은 8일 “손실보상 100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50조 원을 얘기했는데, 배로 규모를 높였다. 방향성은 같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두고 윤 후보 입장에선 다소 난감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통합민주정부 카드도 꺼냈다. 집권 여당이 되면 야당 인사들을 두루 기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소수 여당이 되는 의회 구조를 고려하면 원활한 국정 운영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이다. ‘공정’으로 대표되던 윤 후보의 국정 철학이 단번에 ‘통합’으로 치환되는 모양새다. 차기 정부 국정 철학을 관통할 수 있는 핵심 워딩을 김 위원장이 던진 셈이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 발언 보도 뒤인 이날 오전 “더 큰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며 김 위원장 견해에 동의했다. 김 위원장이 치고 나가면 윤 후보가 뒤를 따라 보조를 맞추는 형국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후보 주변 일부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대신 ‘김종인 정부’로 대중이 인식하는 데 대한 경계다. 여권이 덧씌우는 ‘상왕론’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은 이미 “아무리 봐도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 아니고, 이재명 대 김종인의 대결로밖에 안 보인다. 윤석열이 안 보인다, 노 룩(No look)”이라고 했다.
선대위 인사권을 김 위원장이 휘두르는 정황도 보인다. 과거 독재 찬양과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씨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추천한 사람 역시 김 위원장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함 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임명 반나절 만에 인선을 철회했다. 문제가 뻔한데 김 위원장이 나선 터라 제동이 걸리지 않는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논란이 큰 ‘비니좌’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김 위원장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는 노 위원장 거취에 대해 이날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에서 이 분이 민간인 신분으로 한 이야기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윤 후보의 전략적인 행보라는 주장도 있다.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선대위 관계자는 “중도층과 젊은 세대 공략이 필요한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외연 확장을 치고 나가고, 이준석 대표가 후보 옆에서 젊은 세대에 지지를 호소하는 그림을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 이 대표를 적극 활용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 대표는 ‘울산 만찬’ 이후 윤 후보와 다수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부산에서 붉은색 ‘사찍말티’를 입고 유세에 나섰고, 8일 오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서울 대학로를 찾았다.
결국 윤 후보와 김 위원장, 이 대표의 미묘한 삼각 역학관계는 지지율 추이에 따라 무게추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거나 정체 현상을 빚으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다소 줄어드는 양상이다. 만약 김 위원장 등판 이후에도 별다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시 윤 후보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민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