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체육회 전직 간부, 공금 횡령 의혹에도 명예퇴직
울산시체육회 소속 전직 고위 간부가 장기간 체육회 예산을 주머닛돈처럼 사용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시 예산으로 운영된다.
울산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최근 울산시체육회 전직 간부 A 씨가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장모 명의 주택에 선수 숙소 차려
체육회 예산으로 보증금·월세 지급
도배 등 집 수리 비용 집행 혐의도
당사자 “계약 내가 한 게 아니다”
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체육회 3급 직원이던 A 씨는 20여 년 동안 근무하면서 장모 명의로 된 울산 남구 한 주택에 실업팀 숙소를 차리고 체육회 예산으로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을 장기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체육회 임직원 행동강령을 보면 ‘임직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지연·혈연·학연·종교 등을 이유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거나 특정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임직원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시체육회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A 씨는 이 두 가지 조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울산시와 시체육회 관계자는 “정작 해당 숙소를 사용하던 실업팀은 최근 훈련 장소인 중구 동천체육관과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불편이 커 사비를 들여 체육관 인근에 숙소를 따로 마련해 사용했다”고 전했다. 시와 시체육회 측은 등기부등본 등을 조회한 결과 A 씨가 1999년부터 장모와 부적절한 숙소 계약을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A 씨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4차례에 걸쳐 장모 집의 도배와 싱크대·현관문·창문 교체 등 집수리를 위해 시체육회 예산 960여만 원을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장모 집 수도 계량기가 실업팀 숙소와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고지서를 체육회로 가져와 요금을 한꺼번에 집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시체육회와 울산시 등은 지난해 이런 내용을 포함해 ‘가족 운영 꽃집 납품 특혜’ 의혹 등을 담은 익명의 투서를 여러 차례 접수해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체육회 측은 각종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되자 지난해 7월 A 씨 장모와 숙소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시체육회 측은 울산에서 복싱, 레슬링, 근대5종 등 7곳의 실업팀 숙소를 운영 중이었는데, 보증금을 지급한 숙소는 A 씨 장모 집밖에 없었다. 시체육회 안팎에서는 A 씨가 예산 집행이나 숙소 계약건 등에 대한 울산시 정기 점검을 어떤 식으로 피했는지, 추가로 횡령한 공금은 없는지 등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씨의 공금 횡령 혐의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올 9월 명예퇴직한 A 씨는 이에 대해 “20여 년 전에 민간에서 운동부 숙소를 구하기 힘들어 처가에 사정해 숙소를 계약했다. 계약 자체도 제가 한 게 아니다”며 “지금까지 월세 한 번 안 올리고 순수한 마음에서 숙소를 계약했을 뿐 전혀 특혜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수리 부분도 세입자가 파손한 것을 담당 직원이 확인해 고쳐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생각이 안 난다”며 “수도 요금은 계량기가 하나뿐이고 금액이 적으니까 상관들이 그냥 (장모가)쓴 것까지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내가 꽃집을 운영한 것은 맞지만 시체육회 행사 등에 화환이나 꽃다발 조금 했고 어디에도 ‘꽃 팔아 달라’ 강요한 적 없다. 되레 적자만 보고 4, 5년 전 가게를 접었다”고 해명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