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 푸는 게 최고?… 판 커지는 대선후보 ‘쩐의 전쟁’
여야가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돈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작 논의에 나서자는 상대의 제안에는 선을 그으면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쩐의 전쟁’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올 10월 25조 원을 투입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보편 지원 대신 “피해를 입은 분들의 피해 규모를 파악해서 맞춤형으로 드리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에 5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여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0조 원은 부족하다”며 지원금 수준을 100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이재명 25조·윤석열 50조 경쟁
코로나19 재난지원금·손실보상액
김종인은 100조 원까지 끌어올려
정의당은 ‘청년기초자산제’로 가세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아니냐”
정치권 일각선 무책임한 행태 비판
국민의힘은 9일 김 위원장의 손실보상금 100조 원 발언을 뒷받침하는 듯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보상과 사회 재건을 위해 5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상황은 IMF 사태와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며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손실보상 50조 원 지원에 더해 앞으로 발생할 손실까지 포함하는 보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추가 지원’을 주장해 온 민주당 측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즉각 협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8일 “저희 입장은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는 것에 동의하고 환영한다”며 “과연 진정으로 그런 의사가 있는지 방안을 찾기 위해서 김 위원장과 저, (민주당)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김기현 원내대표 간 4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화답에 “(소상공인·자영업자 100조 원 손실보상은)민주당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거리를 두며 진척은 쉽지 않게 됐다.
이처럼 코로나19 현금성 지원이 ‘빌 공’ 자 공언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3지대에서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자영업자 대책 50조, 100조 숫자 경쟁하지 말고, 코로나 대책만큼이라도 비상한 책임감으로 임하기 바란다”며 ‘대선 후보 4자 회동’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현금 살포 경쟁에 멈추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도 ‘동등한 출발선’을 이유로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000만 원씩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현금 살포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의 이 같은 무책임한 행태에 “책임감 없는 퍼주기 정책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은 후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정권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대신 대신 정작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