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흉년에 고등어도 흉년 되나… 대형선망 ‘전전긍긍’
이상 기온으로 바다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멸치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멸치를 먹이로 하는 고등어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멸치는 먹이사슬에서 플랑크톤 다음이라 멸치의 풍년과 흉년에 따라 고등어 등 2·3차 포식자들의 자원량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가을 어기가 시작된 7월 이후 최근까지 조합 공판장을 통해 거래된 마른 멸치는 1만 3500여 t이다. 어획난이 심각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6700여 t과 비교해도 20% 이상 줄었다. 최근 수온이 25도가 넘어가는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멸치가 어느정도 성장해 어장을 형성하기도 전에 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8월을 지나면서 멸치 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고, 지난 두 달은 위판장이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획고가 떨어지고 있다.
고수온 현상에 어장 형성 안 돼
어획난 심각 전년보다 20% 줄어
멸치 먹이 고등어도 안심 못 해
남해 일대 조업 업체들 긴장감
이 때문에 멸치를 먹이로 하는 고등어 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상 멸치 어획량이 줄면 멸치를 먹이로 하는 고등어도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어를 잡아올리는 대형선망 측에 따르면 올해 어획량은 평년 수준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선망 측은 아직 멸치 어획량의 감소 효과가 바로 드러난 상황은 아니지만, 멸치 어획량 감소 추이에 따라 고등어 어획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형선망 관계자는 “멸치 어획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 치고는 아직 고등어 어획량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며 “하지만 조업이 되는 위치를 살펴봤을 때 이상기온 탓인지 남해보다 아직 차가운 서해 쪽에 고등어 어장이 집중된 경향이 있어서 멸치가 상대적으로 서쪽에 몰려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이 때문에 남해 일대의 고등어 조업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등어의 먹이가 멸치라 하더라도 자원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등의 요인에 따라 멸치 흉년이 무조건 고등어 흉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먹이사슬을 따져봤을 때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도 설명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남해 연안(부산~완도) 멸치 알 분포밀도 조사’를 진행했는데, 멸치 알의 분포밀도가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평균 2.7배 높은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멸치 알이 부화해 성장할만한 적정 수온이 유지되지 않으면서 어린 물고기로 성장한 멸치가 적었다. 국립수산과학원 문성용 연구사는 “멸치는 통상 21~22도의 수온에서 가장 잘 성장하는데, 멸치의 산란시기인 올해 8~9월에 고수온 현상이 일어나면서 멸치 어장 자체도 줄어들었다”며 “먹이사슬에서 멸치는 플랑크톤 다음에 위치해 포식자들의 자원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등어 조업에도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