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검, 조속히 하자” 는데… 성사 가능성은 ‘글쎄’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핵심 관련자인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의 사망을 기점으로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특검의 정치적 파급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 데다, 수사 규모와 범위를 두고 여전히 여야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지난 10일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연일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조오섭 원내대변인은 1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오래전부터 대장동 사건의 성역 없는 특검을 주장해 왔다”며 “반면 윤석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등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빼자며 특검마저 좌지우지하는 초법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차승근 부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재명의 민주당’은 말로만 하는 특검 말고 당장 특검법 처리에 나서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는 국민이 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특검법을 즉각 처리하도록 지시하라”라고 촉구했다.
여야, 유한기 사망 계기 한목소리
수사 규모·범위 놓고는 대립각
대선 전 결과 도출 불가능 분석도
여야 대선후보도 특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안동 MBC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의 혐의 부분만 하자는 것이 (그동안의)국민의힘 후보 측 입장이었는데 다행히 전부에 대해 특검하자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같은 날 강원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은)말장난 그만하고 바로 (특검에)들어가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표면상으로는 한목소리로 ‘대장동 특검’ 도입을 외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불거진 문제인 만큼 ‘대장동 논란’이 부각되는 데 부담감이 상당하다. 특히 최근 윤 후보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이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는 상황에서 특검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당초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악재로 꼽혔지만, 국민의힘이 결정적인 한방을 내놓지 못한 채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 원 성과금’ ‘윤 후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만 드러나면서 역풍의 소재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검의 시기와 대상 등을 두고 시간을 끌어 온 여야가 통 큰 협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대선까지 불과 8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이 올 9월 국민의당과 함께 제출한 특검법안에 따르면 특검 수사에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70일이다.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활동 기간이 최장 120일인 셈이다. 하지만 12일 기준으로 대선은 87일 남겨둔 상황이다. 여야가 특검에 최종 합의한다 하더라도 대선 전 결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기간을 조율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은철 기자 eunch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