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오류’ 후폭풍… 수시 합격자 발표 16일 → 18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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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인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출제 오류 논란으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이 미뤄지면서 향후 대입 일정에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는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일을 늦추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17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협의한 결과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일을 당초 이달 16일(목)에서 18일(토)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격자 등록과 미등록 충원 기간, 충원 등록 마감일도 하루씩 미뤄졌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취소 소송
17일 오후 1시 30분 선고 예정
합격자 등록 등 일정 하루씩 밀려
정시 접수는 30일부터 그대로 진행
전원 정답 땐 기존 정답자 소송 예상
교육부·평가원 책임론도 나와

이 같은 결정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결정 취소 소송의 선고기일이 17일(금)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생명과학Ⅱ 응시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정답 결정을 본안 사건 선고 때까지로 미뤘다. 이 때문에 평가원은 하루 뒤인 10일 생명과학Ⅱ를 공란으로 둔 채 사상 초유의 ‘빈칸 성적표’를 응시생들에게 배부했다.

생명과학Ⅱ 응시생은 전국적으로 6515명이며, 부산지역에선 263명(재학생 112명, 졸업자 132명, 검정고시 19명)이 생명과학Ⅱ를 선택했다.

평가원은 17일 법원 판결이 내려지면 선고 결과에 따라 성적을 재산출해, 같은 날 오후 8시부터 평가원 ‘수능 성적 온라인 발급시스템’을 통해 성적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수시 일정 연기와 달리 이달 30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정시의 경우 현 일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해 관련 대학들과 긴밀히 협의해, 대입전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해당 문항의 성적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교육계에서는 선례를 들어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의 주장처럼 ‘전원 정답’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과학탐구 물리Ⅱ 9번 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해, 평가원은 ‘정답 없음’으로 판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했다.

판결 이후 절차에 따라 대입 일정이 진행되더라도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평가원의 기존 ‘정답’대로 해당 문항을 맞힌 수험생들이 역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평가인 현행 수능체제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체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기존 정답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정시 일정이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수시 일정 연기에 따른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사교육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 파악이 늦어지면서 정시 원서접수 때 눈치 작전이 더욱 치열해지는 등 불필요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야기한 교육부와 평가원에 대해 책임론도 제기된다. 당초 출제 오류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며 일부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기존 정답을 고수해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편,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놓고 최근 세계적인 석학 프리처드 교수가 “수학적 역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의 주장에 힘을 실어줘 눈길을 끌었다. 프리처드 교수는 11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자신의 제자인 박사 과정 연구원의 풀이를 공유하며 “문제 조건 자체가 모순이다. 만약 정답을 고른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문제다. 일부 수험생이 문항에 나오는 조건을 만족하는 집단의 개체 수는 음수(-)여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한 끝에, 결국 법정에서 오류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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