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압실린더 전문 기업, 올해 ‘세계일류상품’ 날개 달았어요”
[부산TP와 함께 달린다] 에스에이치팩 이정화 대표
“아버지를 생각하면 존경하는 마음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하자’와 ‘끝까지 노력하자’는 가훈처럼 제품을 잘 만들고 고객사와의 신뢰는 꼭 지켜야한다는 가르침을 매일 매일 실천하고 있습니다.”
부산 강서구 화전산단에 위치한 중견기업 (주)에스에이치팩(SH PAC)의 이정화(46) 대표이사의 말이다. 에스에이치팩은 기름을 이용해 작동하는 유압실린더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회사다. 1973년 신흥멕기 공업사로 출발해 2018년 수출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향토기업이다. 이정화 대표의 아버지인 이종원 대표가 설립했고, 현재 이 대표는 이종원 대표와 공동대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유압 기기 제조·유통 향토기업
뛰어난 기술력 국내 시장 절반 점령
1억불 수출탑·매출 2000억 원 달성
직원 300명 이상 중견기업 도약
“원칙·책임 경영이 성장 원동력”
■한 단계씩 차근히 성장
유압실린더는 사람으로 치면 인대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지게차나 굴삭기, 고소작업차(높은 위치에서 사람이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량) 같은 중장비의 연결 부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에스에이치팩은 국내 유압실린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매출의 70% 이상은 수출에서 나오는 탄탄한 회사다.
“원래 도금 기술자이던 아버지께서 창업한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도금을 주력으로 하는 하청회사였죠. 하지만 점점 고객사와 신뢰를 쌓아가다보니 고객사가 필요한 부품의 제작 요청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은 유압실린더를 주력으로 제조하는 원청회사로, 나아가서는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유압 시스템 회사로 점점 변모하는 중입니다.”
에스에이치팩은 캐터필라, 코마츠, 볼보, 현대건설기계와 같은 굴삭기 제조회사와 고소작업차 ‘세계 빅3’인 JLG, 테렉스, 스카이잭에 유압실린더를 공급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2015년 부산시 지역강소기업, 2016년 정부 선정 ‘월드클래스 300’ 기업, 2018년 1억불 수출의 탑 수상, 2021년 세계일류상품 선정까지 단계별로 성장한 기업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고, 직원도 300명 이상으로 늘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대표는 2013년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으며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아이 둘을 낳고 회사에 입사하면서 걱정이 많았죠. 당시 회사는 급성장하는 시기였고 해외시장 수출이 늘던 때였습니다. 해외 완성차 업체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만들지 않게 된 부품을 우리같은 전문 기업에게 발주하면서 2017~2018년은 매출이 2배가 뛸 정도로 계속 성장했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경영… 성장 비결
에스에이치팩에도 위기는 있었다. 1994년 사상구 학장동에 공장이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TV 뉴스에서 저희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아버지는 사태를 수습하러 급히 떠나셨죠. 나중에 알고 보니 공장이 전소하는 큰 화재였습니다.”
고객사와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밤을 새가며 공장을 복구했고, 수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항공편으로 부품 운송을 완료했다. “당시만 해도 매출 90억 원의 작은 중소기업이었는데 30억 원을 들여서 항공편으로 미국에 부품을 보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사정을 아니까 미국 고객사(JLG)가 큰 감동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최대 고객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IMF 위기나, 2008년 세계경제위기까지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원칙을 지키는 경영으로 에스에이치팩은 성장했다.
“빚을 내서라도 납기일 지키기, 불량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기, 어음 대신 100% 현금 결제까지 원칙을 지키면서 일해왔던 것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남성이 대부분인 제조업체에서 여성 대표로서 조직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잖아요. 영업 파트에는 여성 비율이 반 정도 되고요. 연구소를 비롯해 각 부서에 20% 정도의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직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 제가 입사하고 하나 바뀐 게 있네요. 원래 여성 직원들이 치마 유니폼을 입었는데, 지금은 모두 똑같은 작업복을 입습니다.”
에스에이치팩은 연구개발(R&D)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는 부산테크노파크와 함께 ‘경량화 실린더’를 개발하는 일에도 한창이다.
“최근 산업자원통상부가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의 상품에 주는 2021년 세계일류상품에 우리 제품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제품 개발과 투자를 통해서 더욱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이 기획은 (재)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