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뇌전증, 치매로 오인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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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우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 신경세포 중 일부가 짧은 시간동안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 현상에 의해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켜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상 현상들을 발작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발작이 두 번 이상 반복돼 나타날 경우 뇌전증이라고 한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1% 내외로 추정된다. 20세 미만의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노년층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65세 이상 노년층은 2만 6515명이었는데 이는 2015년의 2만 1448명과 비교해 24%나 늘어난 수치다.

뇌전증은 일반적으로 뇌 손상에 의해 빈발한다. 노년기에는 뇌졸중, 치매와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이나 뇌종양, 뇌염 등으로 뇌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뇌 질환이 원인이 되어 2차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반적인 성인의 뇌전증 발작과는 증상이 다소 다를 수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뇌전증의 발작은 크게 부분 발작과 전신 발작, 이외의 발작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발작 유형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뇌전증이라고 하면 정신을 잃고 쓰러져 호흡 곤란, 청색증, 팔다리의 경련 등을 보이는 증상을 연상하곤 하는데, 이는 전신 발작 중에서도 대발작에 속하며 일부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다. 실제로는 신체 일부의 이상 감각이나 근육 수축 혹은 경련, 멍하니 한 곳을 쳐다보거나 입맛을 쩝쩝 다시는 등의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부분 발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노년층 환자에게는 뇌전증 발작이 흔히 의식 혼란, 기억력 상실, 경련 후 마비 등으로 나타나고 지속시간이 더 길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치매, 뇌졸중 등의 다른 신경계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파검사, 뇌영상검사(MRI), 혈액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한다.

노년층은 젊은층과 비교해 한번 발작이 있을 때마다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재발 위험 역시 현저하게 높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약물치료를 더 빨리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으로, 환자의 약 60-70%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약물치료를 해도 발작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노년층의 뇌전증 치료 시에는 기저 질환과 기존에 복용하는 약물 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뇌전증은 정신병이 아닌 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한 질환이며 전염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뇌전증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근육 수축 혹은 경련, 의식 혼란, 초점이 없이 한 곳을 멍하게 바라보거나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자동증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가능한 빨리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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