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하셨죠?” 점심 손님 몰려들자 ‘방역패스’ 대신 구두 확인
‘방역패스’ 확대 첫날 현장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나 음성 확인자만 출입할 수 있는 ‘백신패스’의 확대 적용이 1주일간의 계도기간을 끝내고 13일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여전하다. 점심시간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는 방역패스를 제시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백신 접종 전자증명 시스템이 먹통돼, 방역패스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린 일부 식당에서는 구두로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전자증명시스템 한때 오류
식당·카페 곳곳서 혼선 빚어
임산부 등 예외 적용 요구도
당국도 적극적 단속은 안 해
특히 13일부터는 식당·카페·PC방·영화관 등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인근의 한 음식점. 점심식사를 위해 음식점을 찾은 박 모(54) 씨는 직원이 방역패스 확인을 요청하자 스마트폰을 꺼내 카카오 백신 QR코드를 불러왔지만 시스템 오류로 접종 완료를 확인해 주는 문구가 나타나지 않았다. 박 씨는 네이버와 질병관리청의 쿠브 앱도 실행시켜 봤지만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QR코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직원은 어쩔 수 없이 구두로 백신 접종 여부를 물었고, 박 씨는 “접종을 했다”고 답했다.
이날 점심시간 부산 지역 곳곳에서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해 주는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혼란이 빚어졌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도 ‘백신 QR코드 인증이 되지 않는다’는 글이 잇따랐다.
방역패스에 익숙지 않아 확인 절차를 생략하는 식당과 카페도 많았다. 이날 오후 1시께 부산진구의 한 식당. 손님 4명이 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이 안심콜이나 QR코드 인증을 요청했지만, 방역패스 확인은 요청하지 않았다. 주문을 받으러 테이블에 가서야 뒤늦게 생각난 듯 방역패스를 확인했다. 잠시 후 손님들이 몰려들자 방역패스 확인을 하지 않고 주문을 받기도 했다.
부산 강서구의 한 식당에서도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밀려 들자 종업원이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않고 구두로 백신 접종 여부를 물었다. 방역패스와 별도로 식당 입구에서 해야 할 발열 체크나 안심콜 확인 등 기존 방역 수칙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방역패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시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임산부나 기저질환자 등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의료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일상 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6개월 차 직장인 이 모(32) 씨는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 중에는 백신 등 여러 변수를 가능한 한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며 “감기약도 조심스러운 게 임신부인데, 방역패스가 강화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임신부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패스 확대 적용 첫날 현장의 혼란이 여전한 만큼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방역패스가 언제 정착될 수 있을지 상황을 보면서, 방역 수칙과 방역패스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 수준에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며 “수많은 식당과 카페 등을 단속반이 상시 감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국민신문고 앱이나 전화 신고 등 여러 경로로 민원이 접수되면 단속반이 현장에 가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도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업소와 이용자의 자발적인 참여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방역패스를 지키도록 하려면 방역관리자 인건비, 방역패스 인프라 구축 비용, 방역패스 준수에 따른 영업 손실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방역패스 단속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대상을 식당, 카페, 학원, 영화관, 공연장, 독서실, 스터디카페, 멀티방, PC방, 실내 경기장, 박물관, 미술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안마소 등으로 확대하고, 1주일 동안 계도기간을 둔 뒤 13일부터 방역패스 위반 이용자와 업소에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회부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