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열기 식겠지만… “그래도 올라” vs “이젠 내릴 것”
내년 부산부동산 시장 전문가 전망
‘이미 고점에 오른 집값, 내릴 일만 남았다.’ vs ‘2년 동안 경험한 불장, 집값은 언제나 오른다.’
내년 주택 시장은 이 두 가지 심리가 치열하게 부딪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약보합세 혹은 약상승세를 예측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대목은 기존 매매 시장의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분양 시장은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무주택자가 대거 몰려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 선거와 추가 금리인상은 내년 주택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분양 시장은 가격 상승 기대
무주택자 몰려 뜨거울 것 예상
대선·금리 인상 주요 변수 꼽아
강정규 원장
상승폭 둔화… 부동산 거래 급감
김혜신 대표
시장 안정세 유지… 전세가 상승
이영래 대표
시장 위축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
약상승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매매가 상승률 둔화의 흐름이 있지만, 여전히 부산의 도심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긴 하겠지만, 상승폭은 둔화될 것”이라며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 등 부동산 전 분야의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중 자금의 풍부한 유동성이 가격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출 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와 인구 구조 변화 등의 부정적 요소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대표도 매매와 전세 시장에서 약상승세를 예측했다. 특히 전세 시장은 일부 전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넘어갔고, 입주 물량도 어느 정도 확보되어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는 기조 속에 이미 매매가가 높은 입주 단지들이 전세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약보합세를 전망했다. 올해 말과 내년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거 몰려 있어 시장 위축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올해 4분기에만 동래구를 중심으로 7000세대가 입주하며, 내년에도 2만 7000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미 높게 형성된 아파트 매매가에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데다, 내년 하반기에는 1만 8000세대가 입주 예정이라 시장 위축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주택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는 가운데서도 분양 시장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아파트 중도금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율) 40%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분양가 심사를 통해 정해진 매매가가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급격한 매매가 상승 속에서 무주택자가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집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청약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규모 고가 분양단지는 얼어붙은 매수 심리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는 선거와 추가 금리 인상이 꼽힌다. 선거로 규제 강화 기조가 지속된다면 시장의 현재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변동 요인이 발생한다면 완화 심리로 시장의 조정폭이 클 수 있다. 또 올해 기준 금리 상승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현상에 비춰, 내년에 기준 금리가 연 1.5%까지 상승할 경우, 전국 대부분의 주택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의 경우, 도시정비 관련 규제 완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도시정비 규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부산에 완화 정책이 도입된다면 관련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점쳐진다.
강 원장은 “서울시 오세훈 시장의 신속통합기획과 같은 정책이 부산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기 주거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추진 주택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부산 일부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도 예상된다. 현재 중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최근 하락세를 반영해 선거 전 해제 가능성이 나온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 중 부산의 해·수·동·남을 제외한 일부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조정지역도 DSR 적용을 받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