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개방 3년째 공회전”…시민단체, 중기부 대상 국민감사 청구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자동차시민연합 "300명 국민감사 청구인 모집 개시"…전문가들 “조속히 결론내야”
“미·일·유럽 등은 중고차시장 진입규제 국가 없어…중고차매매업, '소비자적합업종' 지정해야”

중고자동차 시장 개방 논의가 3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관련 시민단체가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이하 중기부)부를 대상으로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부산일보DB 중고자동차 시장 개방 논의가 3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관련 시민단체가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이하 중기부)부를 대상으로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부산일보DB

중고자동차 시장 개방 논의가 3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관련 시민단체가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이하 중기부)부를 대상으로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13일 오전 사단법인 컨슈머워치 주관으로 ‘소비자 관점에서 본 중고차 시장의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 결론을 3년째 미루고 있는 중기부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를 추진한다"며 "이를 위해 오늘부터 300명의 국민감사 청구인 모집을 시작했다. 중고차 소비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유튜브 중계(https://m.youtube.com/channel/UCaTXXUS8HZixIHjzCQ79Mug)로도 진행됐다.


중고차 시장 개방 문제는 2019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과 관련,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촉발된 이래 3년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중고차업계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상생협약 체결을 시도했으나 약 3개월에 걸친 협의 과정에도 무위에 그쳤고, 지난달 말에도 중기부를 중심으로 사흘간 재차 협의를 시도했으나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만 받아온 소비자들을 대변해 지난해 12월 주무부처인 중기부에 중고차시장을 완전 개방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 발표 후에도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6개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와 연합해 ‘교통연대’를 결성하고 올해 3월과 4월, 8월, 10월 연이어 중기부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임 대표는 “교통연대는 올해 4월부터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개시했었다”면서 “서명운동 시작 후 불과 28일 만에 1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서명에 참여한 것에서도 나타나듯이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 개방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점을 중기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자인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국내 중고차 시장 관련 지난 10월 26일 기준 34사의 온라인 뉴스 보도에 달린 총 285개 댓글 분석 결과, 현행 중고차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총 233개로 전체의 82.1%에 달했다”고 밝혔다.

곽 사무총장은 “우리 중고차 시장은 시장 불신으로 인해 당사자 거래비중이 54.7%로 이례적으로 높고, 신차 대비 중고차 시장 규모도 2020년 현재 1.35배로 선진국의 2∼2.5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며, 영세업체 중심의 객관적 품질 평가 시스템 부재 등으로 인해 중고차 수출경쟁력마저 취약하다”면서 “이러한 특성은 대기업의 시장진입 규제에 기인하는 바,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면,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중고차시장 사례를 분석한 결과 어느 국가에도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같이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규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곽 총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중소독립 딜러부터 대기업 수준의 프랜차이즈 딜러까지 시장 세분화가 가능했고, 그 덕에 소비자들은 고품질 제품부터 가성비 높은 제품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해 시장 전체의 신뢰성을 강화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있다. 대형 자본력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일본의 경매시스템과 도요타, 닛산과 같은 제조사가 공급하는 인증 중고차 덕분에 품질, 물량,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신뢰성이 높고, 이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높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곽 총장은 “한국의 경우 중고차 관련 기업 중 상장된 기업이 K-CAR 단 하나지만, 일본은 30여개에 달한다”며 “국내 중고차 소비자들은 투명한 가격정보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하기를 원한다. 국내 중고차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시장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 총장은 중고차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생계형 적합업종 대신 ‘소비자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중고차 시장에서 계속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중기부에에서 중고차 거래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교수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 여부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목소리”라며 “허용 여부가 논의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만큼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2020년 국내 중고차시장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2만대(신규등록 대수)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신차시장 대비 1.3배 수준으로 중고차시장이 개방된 미국(2.4배)과 독일(2.0배) 등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적다”며 “이는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공정·투명·객관적으로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