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규 확진자 열에 한 명 ‘백신 사각지대’ 5~11세 아동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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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38명 감염돼 전체의 8.9%
지난달보다 감염자 64% 폭증세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선별진료소를 차리고 학생과 교직원을 전수검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선별진료소를 차리고 학생과 교직원을 전수검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 백신의 ‘사각지대’인 5~11세 유아·아동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부산 신규 확진자의 10% 수준에 바짝 다가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교육·보육기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5~11세용 백신 승인 관련 사전검토에 착수했지만, 해당 연령대 백신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부모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 11월 부산에서 5~11세 코로나19 확진자는 206명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는 15일까지 해당 연령대 확진자가 338명까지 치솟아 전달보다 64% 폭증했다. 부산의 전체 추가 확진자 중 5~11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8.8%에서 이달 들어 8.9%로 높아졌다. 5~11세 누적 확진자 비중은 5.9%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유아·아동 감염 확산세가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치원생 확진자는 지난달 40명에서 이달 61명으로 증가했다. 초등학생도 11월 180명에서 12월에는 311명으로 껑충 뛰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족에게서 감염된 학생이 등교해 주변 학생까지 확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그 반대 현상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최소 연령대는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12세 이상부터다. 12~17세 확진자는 지난달 부산에서 179명, 이달 247명으로 5~11세보다 적은 편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학교 백신 접종’을 진행하며 접종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5~11세 백신 접종은 올해 중으로 사실상 어렵고, 내년에서야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3일 미국 코네티컷주 스토스에서 6세 여아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을 앞두고 겁먹은 표정을 짓자 의사가 달래며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3일 미국 코네티컷주 스토스에서 6세 여아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을 앞두고 겁먹은 표정을 짓자 의사가 달래며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 한국화이자사의 5~11세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 허가 준비에 착수했다. 화이자는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인 용량의 3분의 1 수준인 10㎍을 투여해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10월 29일 5~11세 유아·아동용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과학자들이 어린이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수행했으며,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의 아동용 코로나19 백신이 5~11세 어린이를 위한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5~11세 유아·아동용 코로나 백신 승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캐나다는 11월 20일, 유럽연합의약품청(EMA)도 같은 달 25일 5~11세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다음 주부터 해당 연령대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문제는 5~11세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 필요성 제기에도 백신 안정성 여부 때문에 부모들이 12~17세 부모들보다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직장인 최 모(39·여) 씨는 “아이가 겨우 만 6세인데 백신을 맞히기에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백신 접종 연령대가 낮아진다 하더라도 당장 맞히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살펴보며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초등학교 2학년과 어린이집 원생을 자녀로 둔 김 모(40) 씨는 “미국에서 임상 실험을 통해 안정성이 입증됐으니 접종 연령대가 낮아지면 아이들 백신을 맞히겠다”면서 “백신을 어차피 맞을 거라면 빨리 맞는 게 감염 노출 위험을 줄여 더 이익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이상반응보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유발될 수 있는 심낭염·심근염, 폐렴, 뇌수막염 등의 합병증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훈 부산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5~11세 아동의 백신 이상반응이 12~17세보다 더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약하게 앓고 지나간다지만, 어린이의 개별 특성에 따라 감염 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기에 백신 접종이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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