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물고기 단일 종 아니듯, 인간 내면 다 달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살다 보면 어떤 해답을 알고 싶은 순간이 오곤 한다. 를 쓴 룰루 밀러도 그랬다. 한순간 실수로 사랑을 잃고 주체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진 그는 다시 일어설 비결을 찾고 싶어 한다.
그때 접한 생물학자이자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그는 1900년대 초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20%에 직접 이름을 달아 준 유명한 학자다. 30년간 매진했던 연구 결과물이 지진으로 파괴됐을 때도 재기했다. 그를 다시 일어나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지나간 불운에 대해 근심하지 않는다’는 학자의 마음으로 파악한다. 학자의 생각 기저에는 ‘인간은 우주에서 미미한 존재’라는 자각이 깔려 있다. 인생의 의미를 묻는 저자에게 생화학자였던 아버지도 비슷한 말을 한다. “의미는 없어. 넌 중요하지 않아. 중요하지 않으니 너 좋을 대로 살아”. 자신의 무의미성을 수긍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며 사는 일. 힘든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힘은 현재를 충실히 살아 내는 것이다.
책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관계의 핵심도 짚어 낸다. 어류라고 통칭 되는 물고기들은 너무 달라 단일 종으로 묶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를 통해 인간 역시 외형은 유사하지만, 깊은 내면을 보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통찰을 하게 한다. 그러니 인간관계로 깊이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 관계로 쉽게 상처 받고 휘둘리는 현대인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룰루 밀러 지음/정지인 옮김/곰출판/300쪽/1만 7000원.
김종균 선임기자 kj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