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들여놓고, 알바생도 뽑았는데… 유턴은 사형선고”
연말 장사 접은 자영업자
부산 해운대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 모(52) 씨는 당장 이번 주말부터 초래될 막대한 손실에 눈앞이 캄캄하다. 김 씨는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말 장사에 대비해 신선 식재료를 대거 들여 놓고 아르바이트생도 추가로 뽑았다”며 “별안간 닥친 사적모임 4명·영업시간 9시 제한 조치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내년 1월 2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렇지 않아도 벼랑 끝에 내몰리던 자영업자들이 ‘더는 못 참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소상공인 손실보상도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손님 예약 취소에 ‘깊은 한숨’
“더는 못 참겠다” 분통 터뜨려
호프집 9시에 문 닫으라는 것
사실상 ‘셧다운’이라며 반발
정부 손실보상 “못 믿어” 격분
“방역 협조 끝” 집단행동 예고도
부산 수영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 모(45) 씨는 애써 찾아온 예약 손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예약 취소를 안내해야 하는 상황에 전화기를 붙잡고 한숨만 내쉰다. 이 씨는 “저녁을 1·2부로 나눠서 손님을 받는데, 오후 9시까지만 운영이 가능하면 2부 손님들은 메인 코스 구경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며 “매출 단가가 가장 높은 연말 시기를 고강도 거리 두기로 인해 2년 연속 허투루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연말 모임을 약속했던 시민들은 약속을 강행하기보다 취소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정 모(37) 씨는 “팀별로 나눠서 회식을 하면 4인 이하로 간소하게 송년회를 할 수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식당 예약을 취소했다”며 “고깃집에 전화를 걸어 예약 취소를 알리는데 주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호프집, 이자카야 등 술집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한다.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 연말에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으라는 것은 이들에게 사실상 ‘셧 다운’과 같은 효과이기 때문이다. 선술집 사장인 최 모(40) 씨는 “특급호텔, 백화점, 대형마트 푸드코트 등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게 뻔한데 애먼 자영업자들만 또 쥐어짠다”며 “QR체크인, 백신패스 확인 등 방역당국이 해야 할 일들을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겨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피폐해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상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는 크지 않다. 부산중소상공인 생존비상대책위원회연합 권도일 위원장은 “지난번 손실보상금 지급 때 최대 1억 원이라고 홍보했지만,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200만 원 안팎을 받는 데 그쳤다”며 “벌금을 내더라도 불법 영업을 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란 자조가 나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방역 협조는 끝났다’며 대규모 집단행동을 예고한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부산시청 앞에서도 자영업자 300여 명이 모여 정부의 자영업자 옥죄기와 미흡한 손실보상금 정책을 규탄하기도 했다. 전국적인 집단휴업 등 보다 강력한 집단행동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