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6300억 통상임금 소송, 노조가 이겼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6300억 원대 통상임금을 놓고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에서 대법원이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A 씨 등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조선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항소심 깨고 파기환송
“신의칙 들어 쉽게 배척 안 돼”
9년 끈 소송전에 마침표 찍어
이 소송은 A 씨 등이 2012년 12월 “짝수 달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 700%와 설·추석 상여금 100% 등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줄 것과 앞선 3년 치를 소급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쟁점은 노동자들의 요구가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신의칙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임금 추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2015년 2월 1심 판결에선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3년 치 소급 요구도 받아들였다. 단 임금 소급분은 최소 기준인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2016년 1월 2심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상여금 800% 가운데 설과 추석에 지급하는 100%에 대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고 봤다. 근로자들이 요구한 3년 치 소급분에 대해서도 회사가 주장한 신의칙을 받아들여 지급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대법 판결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전체 노동자 3만 8000여 명에게 지급해야 할 4년 6개월 치 통상임금 소급분이 최대 6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파기환송심 절차만 남아 있어 회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미지급 임금 지급 계획을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 측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당사 입장과 차이가 있어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선고는 부산고법의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권승혁 기자 gsh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