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고준위 핵폐기물 외면… 탈원전도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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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고준위 특별법

폐연료봉 등 원전의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탈원전을 표방한 현 정부에서도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차기 정부를 이끌 가능성이 높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역시 이 사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두 후보 모두 현재의 탈원전 정책과는 차별화 또는 정반대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어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재명, 현 정부와 달리 친원전 선회 중
윤석열, 원전 찬성 정치 브랜드 내세워
양측, 고준위 폐기물 문제 안중에 없어
정의당 심상정, 두 후보 강력하게 비판

이 후보의 경우, 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만 해도 “핵발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원전 제로 국가로 가야 한다”고 했고,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 때까지만 해도 “원전을 경제 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등 탈원전 입장이 확고했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정체 속에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한 이후로는 탈원전에 대해서도 사뭇 다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16일 청년 기후 활동가들과 만났을 때에는 원전에 대해 “옳냐 그르냐를 떠나서 이미 하나의 경제구조가 돼 버렸다”고 했고, 지난 10일에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 중단 상태인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주권자들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건 벽창호라고 할 수 있겠죠”라며 ‘국민 의견’을 전제로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11일에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감원전’ 정책으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원전 증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전 정책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소형원자로(SMR) 육성을 이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다. 환경단체는 SMR 역시 고준위 핵폐기물을 남긴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윤 후보는 자신의 대선 출마 이유를 월성 원전 수사 압박과 관련 지을 정도로 탈원전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다. 출마 선언 직후인 7월에는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 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는 등 탈원전 비판을 자신의 정치 브랜드로 내세웠고,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면서 당선되면 설계비가 들어가거나 건설이 시작됐다가 중단된 원전은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신한울 3·4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외국에서도 안전한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장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는 모습이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지난 14일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탈원전 논쟁이 점입가경”이라며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을 중단하고 50만 다발이나 쌓인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방안부터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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