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숲 ‘계절시계’ 변동왔다”
서울대와 공동연구 국제학술지 발표
10년간 개엽시기 13일 빨라지고
가을철 단풍시기는 3.7일 늦어져
기후변화로 봄철 식물의 잎이 펼쳐지는 시기는 빨라지고 가을철 단풍드는 시기는 늦어지는 등 우리나라 산림의 계절시계에 많은 변동이 왔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서울대와 함께 우리나라 산림의 계절시계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점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식물계절(개엽·개화·단풍·낙엽 등) 변화는 온도 등 주변의 환경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식물의 생리 작용이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영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국립수목원과 공립수목원 9개 기관은 전국의 산림 50개 관측 지점에서 식물의 계절변화를 2009년부터 매주 관측하고 있다.
이번 논문은 10여 년간 우리나라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 25종의 식물계절 변화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봄철 식물의 잎이 펼쳐지는 시기는 빨라지고 가을철 단풍이 드는 시기는 늦어지면서 식물의 1년 생육기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활엽수 잎의 펼쳐지는 시기는 10년 동안 13일(연평균 1.34일) 빨라졌으며, 단풍이 드는 시기는 3.7일(연평균 0.37일) 늦어졌다. 또 침엽수의 봄철 화분 비산(꽃가루 날림) 시기는 13일(연평균 1.37일) 빨라진 것으로 나왔다.
다른 나라에서 북반구의 식물 생육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10년 이상 장기 관측 결과를 분석한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림의 계절시계 변화는 먹이사슬, 물과 에너지 흐름 변화를 초래해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반대로 대기 중의 탄소흡수를 증가시켜 지구 온난화를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년간의 식물계절 변화는 온도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개엽의 경우 봄철 기온이 섭씨 1 올라가면 3.6일 빨라지고, 단풍은 가을 기온이 1 올라가면 1.5일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는 “과거 대부분 연구들이 위성 영상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실시한 현장 관측 결과는 기후변화에 따른 종다양성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