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2월의 대통령들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12월은 대통령들과 인연이 가장 많은 달이다. 12월 18~21일 나흘간이 더욱더 그렇다. 제13~18대 대통령 선거가 모두 이즈음에 치러져서다. 1987~2012년 6차례에 걸친 12월 대선은 이 땅에 단 1명뿐인 ‘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시기에 역대 대통령 간 얽히고설킨 역사적 사건도 꽤 있다.
1987년 12월 16일 치러진 13대 대선은 군부 출신 노태우 정권 출범으로 이어졌지만, 6월 민주항쟁 승리로 대통령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의미가 크다.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18대 대선 때는 개표 결과, 다음 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2007년 12월 19일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2002년 12월 19일 16대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각각 당선의 영광을 누렸다.
1997년 12월 18일에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앞서 1992년 12월 19일 정계 은퇴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전날 있은 14대 대선에서 당선된 민자당 김영삼 후보에 밀려 세 번째 대권 도전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이를 번복하고 네 번째 출마해 대권을 잡은 게다. 1927년 12월 20일과 1941년 12월 19일이 각각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사실도 눈에 띈다.
1979년 12월 21일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로 권한대행이 된 최규하 국무총리가 1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이다. 그는 임기가 1984년 12월 26일까지였으나, 이미 취임 9일 전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신군부에 실권을 빼앗긴 데다 신군부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며 압박하는 바람에 9개월 만에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주도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1995년 12월 21일 군사반란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997년 12월 22일 석방된다. 사흘 전인 12월 19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특별 사면·복권을 건의한 덕분이다. 국민 화합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다.
20대 대선 국면인 지난 16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번 성탄절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해 관심을 끌었다. 올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임기 말인 문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국론 분열 방지와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사면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빠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