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 11개월째 공석… “한국인 모멸감 느낄 것”
조 바이든 행정부가 11개월째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의 지명을 계속 늦추면서 오랜 동맹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물론 중국에 파견할 대사까지 이미 수개월 전 내정과 지명 등의 절차를 거친 반면, 한국 대사는 공석이 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후보조차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은 미국 행정부가 주한 미국대사 지명을 1년 가까이 하지 않아 오랜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한 미국 대사는 올 1월 임기를 마친 해리 해리스 대사가 떠난 이후 11개월째 공석이다. 현재는 공사참사관 직급의 외교관인 크리스토퍼 델 코소가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맡고 있다.
지난 1월 해리스 대사 떠난 뒤
바이든 행정부 지명 계속 늦춰
NBC “한·미 사이 긴장감 돌아”
전직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
“일·중 대사 지명, 상대적 박탈감”
지명돼도 의회 승인 ‘첩첩산중’
미국의 전직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주한 미국대사 후보조차 지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인들이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며 “특히 일본과 중국 대사 후보자를 지명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의 경우 이미 미국 대사가 지명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5월 주일 미국대사에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 주중 미국대사에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을 각각 내정해둔 상태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바이든의 측근으로 올 8월 대사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일본과 중국만이 아니다. 지난 15일엔 호주 대사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이자 전 주일 대사로 활동한 캐롤라인 케네디를 지명하기도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일한 직계 자손인 캐롤라인은 2013~2017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에서 주일대사를 지냈다.
미국 역사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을 일본에 이어 호주로 보낸 것은 미국의 동맹국 밀착 외교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미국 동맹국 우선순위에서 한국의 위치가 드러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NBC는 또 "미국은 한반도 관계에 있어 중요한 순간에 주한 대사가 없다"면서 "한국의 공식적 종전 선언 문제가 진행 중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남북 모두 종전선언 원칙에 있어 미국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우려했다.
지명이 늦어지면서 미 상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한 미국대사 지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지아주를 지역구로 하는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17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오소프 의원은 서한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를 하루빨리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해 서울의 미국 대사관에 보내야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지아주는 기아자동차, SK 배터리, 한화큐셀 등 한국 기업 진출과 직접 투자의 현장”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안보 강화와 경제증진을 지원할 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행정부 관리들은 주한 미국대사를 지명하지 않은 것은 놀랍고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한·미동맹이 종료된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해외대사를 파견하려면 행정부의 내정·지명 절차를 거쳐 미 의회 임명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 개월이 걸린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한 미국대사 후보를 내정하거나 지명하더라도, 실제 파견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