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 가족 의혹 불거지자 부동층 늘었다
8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양강을 이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최근 연이어 불거진 가족 관련 의혹에 고개를 숙였지만, 두 후보 모두 거론되는 의혹의 가짓수가 많아 검증 리스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이 후보 측도, 아직 준비가 덜 된 듯한 윤 후보 측도 비전 대결보다는 ‘한 방’을 노린 네거티브 공세에 점점 집중하는 양상이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대선 레이스에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난다.
민주 “김건희 뉴욕대 연수 허위”
국힘 ‘이재명 장남 도박’ 맹공
양강 ‘실점 포인트 쌓기’ 경쟁
윤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거론
실망한 표심, 지지 후보 못 정해
양측은 19일에도 제기된 의혹의 ‘디테일’을 파고드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며 가족 의혹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과거 수원여대·안양대 강사 지원 당시 이력서에 기재한 미국 뉴욕대(NYU) 연수 경력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김 씨는 이력서에 ‘2006 NYU 스턴 스쿨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프로그램(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안양대) ‘2006-10∼2006-11 뉴욕대 엔터테인먼트 앤드 미디어 비즈니스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New York University Entertainment and Media Business Executive Program)’(수원여대)이라고 기재했다”면서 “2006년도 뉴욕대 학사 안내를 확인한 결과, 김 씨가 이력서에 적은 과정과 동일한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연수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면 입으로만 공정을 외치고 가족 비리에는 눈감는 윤 후보는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윤 후보 선대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김 씨는 서울대 GLA(Global Leader Association) 2기(2006년 5월∼2006년 12월) 총 6개월 과정을 다닌 적이 있고, 그 과정 중에 뉴욕대 연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뉴욕대에서 실제 수업을 듣는 등 단기 연수를 했고, 수료증도 발급됐다”고 반박했다. 지난 17일 김 씨 논란에 대해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며 공식 사과한 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나”라며 민주당 측의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 급기야 윤 후보는 지난 17일 집권하더라도 김 씨가 공인으로서 활동하지 않을 수 있고,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상습 도박’ 사실이 드러난 장남에게 5000만 원을 증여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허정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장남이 상습 도박에 빠졌다는 시기가 2019년이고, 이 씨 예금이 급증한 것도 같은 해다. 증여가 2019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 후보의 증여가 장남의 도박자금에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따졌다. 이어 “의심을 벗으려면 이 후보는 장남이 도박에 빠진 것을 언제 알았는지, 얼마를 언제 증여했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 모두 ‘실점’ 포인트만 쌓다 보니 지지율도 30~4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17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14~16일, 성인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6%, 35%로 나타났다. 2주 전 같은 조사에서 두 후보가 36%로 동률이었는데, 이번에 윤 후보만 1%P 낮아지는 등 거의 변동이 없었다. 각 진영의 지지만 고정된 채 중도층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에 대한 유례없이 높은 비호감도 역시 좀체 개선되지 않는다. 넥스트리서치·SBS 조사(14~15일, 1016명 대상)에서 이 후보의 호감/비호감도는 각각 31.4/57.3%, 윤 후보는 38/61%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대선 6개월 전인 9월 발표한 조사(14~16일, 1001명 대상)에서 이 후보 34/58%, 윤 후보 30/60%였던 별 차이가 없다.
반면 비호감 대선이 지속되면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줄어들었던 부동층은 최근 오히려 증가 추세다.
한국갤럽의 차기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달 16~18일 조사는 이 후보 31%·윤 후보 42%·의견유보 14%, 11월 30일~12월 2일 조사는 이 후보 36%·윤 후보 36%·의견유보 15%, 김건희 씨 허위이력 논란이 터진 이후인 지난 14~16일 조사는 이 후보 36%·윤 후보 35%·의견유보 16%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변화와는 별개로 부동층 비중이 1%P씩 증가한 셈이다. 그렇다고 제3 지대를 내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선거 전문가들은 “양강 후보 모두 부정적인 소재가 워낙 많다 보니 실망한 중도층이 오히려 부동층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면서 “이번 대선이 워낙 특이하게 흘러가는 상황이라 이런 일반론이 안 먹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