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신고제 됐지만 ‘기피시설 논란’에 갈등 계속
부산의 신축 장례식장 설립 현장마다 주민과 구청 간 갈등이 반복된다. 현재 장례식장은 시설을 갖춘 뒤 구청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지만, 장례식장이 여전히 ‘기피시설’로 취급되는 탓에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되는 상황이다.
19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영도구 동삼동 A 병원이 추진하던 장례식장 영업은 결국 무산됐다. 영도구청이 영업신고를 수리하지 않자 병원 측이 부산시에 행정심판을 냈지만 지난 9일 청구가 기각됐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교통 혼잡에 따른 공익 침해’라는 구청 측 입장을 인정했다.
2016년 허가제 → 신고제 전환 후
주민 반발에 지자체 눈치보기 급급
현장별로 처리 결과도 ‘제각각’
영도구 동삼동 신축은 결국 무산
행정심판서 ‘교통난 우려’ 인정
A 병원이 위치한 동삼시장 교차로 일대는 편도 1차로에 인구 밀도가 높아 평소에도 교통이 혼잡하다. 주민들은 장례식장이 들어서면 조문객 차량과 장의차로 교통난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례식장은 신고만 하면 설립이 가능하다. 1992년까지 허가대상이었으나 2016년 신고 대상으로 전환됐다. 2016년 이후 장례식장 사업자는 안치실과 빈소 등 시설을 마련하고 안전기준을 충족한 뒤, 관할 구·군에 신고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법과 별개로 장례식장 영업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빗발치자, 지자체도 주민들 ‘눈치 보기’에 나섰다. 장례식장이 조건을 갖춰 영업 신고를 해도 구청에 따라 수리 기준이 제각각이라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 혼잡을 이유로 행정기관이 장례식장 운영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례도 있다. 2019년 서울행정법원은 장례식장이 시설 기준을 충족했는데도 관할 보건소가 교통 혼잡을 이유로 운영을 허락하지 않는 것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유사한 갈등이 다르게 결론 난 사례도 나온다. 동래구 낙민동 B 장례식장은 건립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인근 주민 50여 명은 “혐오시설인 장례식장 건립으로 재산권 피해, 교통량 증가 등이 우려된다”며 장례식장 운영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반발했다.
당시 이 장례식장은 올 8월 구청으로부터 기존 건물을 장례식장으로 바꾸기 위한 용도변경 허가를 이미 받고 장례식장을 짓고 있었다. 구청 측은 “장례식장 영업 조건을 모두 갖춰 용도변경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B 장례식장은 계획대로 건립됐다.
장례식장이 신고 대상으로 전환되기 앞서 2002년 대법원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후 명복을 기원하는 시설인 장례식장을 혐오시설 내지 기피시설로 볼 수 없다’고 장례식장 갈등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주민 갈등은 지속돼 장례식장 제도는 정비됐지만 현장의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장례식장 수요는 계속 늘어날 텐데, 신축 현장마다 주민 반발 여론이 거세 지자체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장례식장이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