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TP와 함께 달린다] 2. 에스아이플로텍(주) 서영성 대표

부산 금정구 에스아이플로텍(주) 연구소가 입주한 부산대 공유 오피스 PNU AVEC에서 만난 서영성 대표이사. 주력 제품인 플러그 밸브 모형을 앞에 두고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을 하다보니 미국 출장 기회가 많은데 5년 전 쯤 미국에서 셰일 유전 개발을 통한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마침 셰일가스 시추에 다양한 부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제품 개발을 시작했죠. 주력 제품인 플러그 밸브(Plug valve) 수출 금액이 올해는 450만 불(약 50억 원)을 달성할 것 같습니다.”

에스아이플로텍(주)(SI FLOWTECH) 서영성(52) 대표이사의 말이다. 당시 서 대표는 자동차 엔진 흡배기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자동차 1차 협력회사인 서3ㄷ 일캐스팅(주)의 대표이사로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서일캐스팅은 1978년 설립된 탄탄한 중소 제조기업으로, 서 대표는 2006년 회사를 인수해 키워가던 상황이었다.

2018년 ‘플러그 밸브’ OEM 첫발
미국 셰일 붐 목격, 부품 개발 시작
기술 바탕 40% 저렴 ‘가격 경쟁력’
“친환경 산업에서 큰 역할 할 것”

“자동차 산업 자체가 엄청 치열한데다 지금은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우리는 알루미늄 부품을 제조하다보니 전기차도 사용하는 부품이긴 하지만 사업 다각화는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셰일가스 유전 개발에 필요한 부품 역시 금속 기반이어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 창업한 에스아이플로텍은 그 해 3월, 2인치 크기의 플러그 밸브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하는 사업으로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에스아이플로텍이 생산하는 플러그 밸브는 원통형 플러그가 밸브 몸체 내부에서 회전하면서 밸브를 통과하는 유체의 흐름을 제어한다. 일종의 수도꼭지 역할을 하는 부품이라고 보면 된다.

“셰일가스 자체가 셰일층(퇴적암층)에서 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수압파쇄 기법이 개발되면서 시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플러그 밸브 역시 초고압의 수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플러그 밸브 자체가 20개 이상의 부품이 결합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밀한 기술이 없으면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부산·경남 중소기업이 현재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모든 기업이 바이오벤처를 할 수는 없고, 갑자기 IT 기반 산업에 뛰어든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하지만 금속 재료 가공과 품질 관리라는, 우리가 가진 기술 베이스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쌓은 기술력과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부품을 결합해 국내외 업체보다 40%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창업 4년차 스타트업인 에스아이플로텍은 매년 조금씩 성장중이다. 2019년 4월, 미국 휴스턴 지사를 설립했고, 2019년 12월 3인치 플러그 밸브를 개발했다. 지난해 6월에는 부산대표창업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2월 수출의 탑(300만 불)을 수상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나오다보니 부산테크노파크의 수출새싹사업을 통해 시제품 제작과 홍보자료 제작에 도움을 받았다. 또 특허기술을 적용한 시제품 제작이나 제품 인증과 사업화를 위한 도움도 받고 있다. 올 3월 에스아이플로텍은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R＆D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큰 계약을 맺고 2020년이면 승승장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국제적으로 기름값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셰일가스 산업 자체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다시 에너지 산업이 회복하고 있는 만큼 더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원 재활용 기술도 공부하고 있는데 에스아이플로텍을 친환경적인 에너지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이 기획은 (재)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