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버린 쓰레기 버리고 종량제 봉투만 훔쳐…경찰 "절도 애매해"
안에 든 쓰레기는 버리고 종량제 봉투만 가져간 한 여성의 모습이 주변 CCTV에 포착됐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너무 분해서 글 올린다"며 "꼭 보고 도움을 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집 앞에 버렸다. 그런데 오후 12시30분경 한 중년 여성이 나타나 A씨가 오전에 배출한 종량제 봉투를 풀고 안에 담겨있던 쓰레기를 자신이 가져온 재활용 봉투에 모두 쏟아부은 뒤 종량제 봉투만 가져갔다.
A 씨는 "빨간 모자를 쓴 이 아줌마는 주위에 사람이 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제 종량제 봉투 상태가 좋았는지 제 거를 가져가셨다"면서 해당 장면은 모두 CCTV에 포착돼 확보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은평구청 자원순환과에 전화하니 종량제 봉투를 가져간 건 절도에 해당하니 경찰서에 문의해보라고 했다"며 "곧장 경찰에 전화했지만 제가 쓰레기봉투를 버린 것이니 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제 돈으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한 거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거 아니냐, 왜 절도에 해당하지 않냐'고 묻자 경찰 측은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절도라고 하기엔 기준이 너무 애매해서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A 씨는 "은평구청과 경찰서가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 느낌이 들었다. 둘 다 제게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한다"며 "증거가 있는데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 거냐. 그 아줌마에게도 왜 종량제 봉투를 훔쳐 가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추가 글을 통해 "17일 오전 10시 50분경 은평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도와줄 수 있는 건 경고문 부착과 주민센터에 전달해 수시로 관찰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도움이 감사하긴 하지만 명확하게 잡을 수 있다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부산에서는 한 여성이 쓰레기봉투 속 쓰레기는 쏟아버리고 75ℓ 종량제 봉투 2장을 훔쳐 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75ℓ 쓰레기 종량제 봉투 2장 가격은 5540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종량제 봉투 판매가의 100배에 이르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