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효과?… 경찰 출신, 부산 기초단체장 대거 출사표
내년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전직 고위 경찰관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다. 지역 현안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새 인물을 원하는 정계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잇따라 출마 채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국민의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내년 부산 지방선거에는 김성수 전 해운대경찰서장, 이순용 전 금정경찰서장, 정명시 전 기장경찰서장 등 3명의 전직 경찰관이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무관으로 퇴임한 김성수·이순용 전 서장은 이미 국민의힘 당적으로 각각 해운대구청장, 금정구청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올해 말 총경으로 퇴임을 앞둔 정 전 서장은 국민의힘 차기 기장군수 후보군이다.
이순용·김성수·정명시 전 서장 등 3명
지역 현안 잘 풀어낼 ‘행정통’ 각인
새 인물 원하는 정계 분위기도 작용
경찰 출신 인사의 부산 기초단체장 도전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4년 전 지방선거에는 이갑형 전 중부경찰서장과 변항종 전 해운대경찰서장이 각각 남구청장과 영도구청장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당시 부산·울산·경남(PK) 전체로 볼 때 10명가량의 경찰 출신 인사가 기초단체장 선거 영입 대상에 오르내렸다. 전국적으로도 육·해경에서 경남 남해군수(장충남), 경북 영천시장(최기문), 포항시장(이강덕), 충남 태안군수(가세로) 등이 배출됐다.
최근 경찰 출신 인사의 잇따른 ‘정치행’은 시대상황과 맞닿아 있다. 자치경찰제 등 지방분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고위 경찰 출신 인사들이 최적의 전문가 그룹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치안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는 정치판이 깔린 셈이다. 여야 모두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것도 경찰의 정계 진출을 부추겼다. 이순용 전 서장은 “단순히 치안·행정뿐 아니라 구청장이 갖춰야 할 조직 관리나 위기 대응 경험도 많다”고 말했다. 김성수 전 서장은 “지금은 재난, 교통, 안전 등 대다수 분야에서 구청과 협업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찰이 구석구석의 현안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3명 후보 모두 공교롭게 국민의힘 후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 지자체장이 많이 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야권 도전의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직 한 고위 경찰 간부는 “부산이 보수 우세 형국이 된 데다 현역이 많은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서 경쟁력 있는 새 인물 영입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출신들이 정무 감각, 예산 관리 등에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의원으로 먼저 지역 예산 체계 등을 익힌 뒤 살림살이를 책임질 구청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직적 관료 문화를 오랫동안 경험해 정무 감각이 다소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다 옛날 얘기”라며 구청장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3명 후보 모두 당내 경쟁자들과 치열한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현재 금정구에서는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 최봉환 금정구의회 의장 등의 출마설이 나돈다. 갑을로 나뉜 해운대구에서는 강무길·김진영·최준식 전 시의원, 정성철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 등이 표밭을 다진다. 오규석 군수가 3선 연임 제한과 총선 출마로 빠지는 기장군에도 김쌍우·김수근 전 부산시의원을 비롯해 기업인, 법조인 등 10명가량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승훈·김성현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