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없는데 종부세는 10배… 영도 대화아파트 상가 ‘조세 불복’
부산 영도구 봉래동 대화아파트 1층 상가에서 슈퍼마켓을 하던 김 모(83·여) 씨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기 위해 패물을 팔았다. 20년 동안 장사를 하던 7평 가게는 손님이 끊겨 세를 줬다. 여기서 나오는 월세 10여만 원이 유일한 벌이지만, 올해 그에게는 200만 원의 종합부동산세가 청구됐다. 지난해보다 열 배 넘게 오른 세금을 내려고 장롱 속 혼수까지 꺼내든 것이다.
지은 지 50년이 다 된 부산 영도구 한 아파트 1층의 영세 상가번영회가 11배 오른 억대 종합부동산세를 감당하지 못해 지자체와 정부를 상대로 ‘조세 불복’에 나섰다. 올해 개정된 종부세법 때문인데, 번영회 측은 애초에 기초자료가 잘못돼 과세 근거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상가번영회 명의로 토지 등기
영세상인 74명 대부분 고령화
실제 영업 점포도 20여 개뿐
목걸이·반지 팔아 세금 낼 판
상가 위 아파트까지 포함해 과세
조세불복신청 후 정정 요구 계획
21일 봉래시장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올해 번영회에 청구된 종부세는 1억 1000여만 원으로, 지난해 1000여만 원에 비해 11배가 올랐다. 종부세는 상인들이 갖고 있는 토지 면적에 따라 책정돼 1명당 적게는 100여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300만 원가량을 물어야 한다.
대화아파트는 1972년 옛 봉래시장 일대 상인들이 십시일반 사업비를 마련해 준공됐다. 1층은 상가, 2~4층은 아파트 형태다. 당시 상인들은 ‘사단법인 봉래시장 번영회’를 설립해, 토지 명의를 번영회로 기재했다. 현재 번영회 회원은 74명으로, 점포는 122개지만 문을 연 점포는 20여 개뿐이다. 나머지는 문을 닫았거나 가정집으로 이용되고 있다.
번영회 김연희(68) 회장은 “어르신들이 집에 있는 목걸이, 반지를 팔아 종부세를 가져온다”며 “대부분 상인이 70~90대고, 영업 중인 점포도 매출은 사실상 거의 없어서 다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중부산세무서에 따르면 올해 청구액의 폭등은 종부세법 개정으로 인한 세율 인상과 공시가 현실화 때문이다. 법인 기준 종부세 세율은 지난해 3%에서 올해 6%로 배로 뛰었다.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현실화율)도 90%까지 상향돼 시세의 90%로 세금이 계산된 것이다.
번영회 측은 당초 과세 근거가 된 기초자료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상가는 토지만 소유하고 있지만, 토지 위에 아파트 102가구가 있다는 이유로 ‘주택의 부속토지’로 적용됐다는 것. 번영회는 지난 17일 부산국세청에 조세불복신청서를 제출했고, 오는 29일 마지막 변론에 나선다. 과세 기초자료를 제공한 영도구청 측에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일단 분납 신청으로 절반 납부 기한을 내년 6월 15일까지 미룬 상황이다.
김 회장은 “번영회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한 토지 위에 아파트가 세워진 것으로 별개의 소유주”라며 “조세불복신청 등을 통해 주택의 소유를 명확히 해 과세주체를 정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구청과 국세청은 각자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영도구청 세무과 관계자는 “구청은 과세 주체가 아니고, 번영회가 주장하는 기초자료 오류 등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부산세무서 관계자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올해 세법 개정안이 크게 바뀐 데다 국세청은 구청의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