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노조, 55일째 주차장·옥상 ‘천막투쟁’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사측인 부산시교육청과 노조가 55일째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돌봄전담사의 전일제(8시간) 전환 관련 갈등으로 시교육청 현관 옥상에서 고공농성까지 벌어지면서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1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차별과 교육불평등 해소를 방기한 교육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초등 돌봄전담 전일제 전환 갈등
고공농성 등 사태 장기화 우려
노조 “안정적 운영 위해 필요”
시교육청 “저녁 수요 낮아 곤란”
집단임금교섭을 겸해 올 8월부터 시작된 노사협의에서 부산지역은 특히 시간제(5시간) 돌봄전담사의 전일제(8시간) 전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김석준 시교육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돌봄·방과후학교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모든 학교의 초등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7시까지 2시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99개 학교의 돌봄전담사를 557명으로 늘리고 최소 1명씩 모두 301명의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산지역의 돌봄전담사 525명 중 전일제는 80명 정도다.
하지만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측은 돌봄전담사가 돌봄교실 운영 외에도 각종 행정사무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면 시간제 전원을 전일제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올 9월 1~2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돌봄 수요조사를 근거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시 설문에는 3만 5104명(응답률 70.4%)이 참여해 절반에 가까운 1만 7346명이 돌봄교실을 희망한다고 답했는데, 시간대별로 ‘오후 5시까지’ 1만 1025명(63.6%), ‘오후 6시까지’ 4336명(25.0%), ‘오후 7시까지’ 1634명(9.4%), ‘오후 8시까지’ 351명(2.0%)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은 학교당 최소 1명씩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배치해 행정업무까지 맡기면,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경감될 것으로 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녁돌봄교실을 희망하는 수요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학교당 1교실씩은 오후 7시까지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며 “앞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돌봄교실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시교육청 안을 거부하고 있다. 학비노조 부산지부 이상훈 선전국장은 “교육청 계획대로 하더라도 시간제 교실 학생들이 5시간이 지난 뒤에는 전일제 교실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돌봄교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최소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의 기자회견을 놓고 노조 측이 일방적인 발표라며 반발하면서, 10월 말부터 시교육청 주차장에서 시작된 천막농성은 시교육청 현관 옥상에서 10여 일째 고공농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자 최근 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이 중재에 나서는 등 사태 장기화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지역 학부모단체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교실이 알차게 운영되는 것도 원하지만, 먼저 돌봄선생님의 안정적 근무,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도 느끼며 즐겁게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원한다”며 시교육청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울산과 경남, 대전은 시간제 돌봄전담사 전원을 전일제로 전환하기로 했고, 인천·충북 등은 단계적 전환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