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국힘 선대위… “후보도, 대표도 리더십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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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후보는 안일하고, 대표는 무책임하고, 소속 의원들은 중구난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난맥상이 이처럼 점입가경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내 만류에도 21일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강행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제1야당 대표가 선거 지휘 라인에서 물러나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조수진 “윤 후보 지시만 따르겠다”
윤 안일한 상황 인식 또다시 도마
이준석, 결국 선대위원장직 사퇴
“지도부 중구난방” 비판 목소리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사퇴 강행 직전까지 “잘될 것”이라며 방관했고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며 이 대표의 지시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당내 사퇴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선공후사도, 책임감도 없는 제1야당 지도부의 총체적 리더십 위기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면서 당내에선 “정권교체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윤 후보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와 조 의원의 전날 공개 충돌은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문제가 발단이 됐다. 당시 회의에서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에게 “모 언론에서 ‘윤핵관’발로 나오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저를 향한 부정적인 보도에 대응하라”고 지시했으나 조 최고위원이 후보 지시만 따르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조 의원 역시 윤핵관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선대위 공보단장에 임명될 때부터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을 맡은 이 대표와 손발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곪은 문제가 터진 셈이다. 앞서 이 대표가 이달 초 당무를 놓고 지방 잠행을 강행한 것도 윤핵관 측의 ‘흔들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울산 회동’을 통해 이 대표에게 윤핵관 문제가 정리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줬지만, 인사 등에서 구체적인 조치 없이 ‘좋은 게 좋은’식으로 대응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전날 조 최고위원을 통해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 “당 의원들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후보 측이 사실관계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채 당의 지원 부족을 문제 삼는 것에 오히려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당 대표임에도 툭하면 내부 갈등을 SNS 등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이 대표의 스타일에 대한 비판 또한 고조된다. 조 최고위원의 ‘항명’이라는 엄중한 상황이 문제를 촉발시켰다고 해도 당 내분이 발생하면 이를 조율해야 할 대표가 당의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 결과적으로 윤 후보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태가 적절하냐는 것이다. 물론 당내 세력이 없는 소장파 대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지난 지방 잠행에 이어 선대위원장직 사퇴라는 비상수단을 반복적으로 쓰는 데 대한 지지층의 피로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가 이날 “(윤 후보가)이렇게 사태가 커질 때까지 하루 동안 조 단장에게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을 내렸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자가 갖게 된다”며 윤 후보를 직격한 것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대표라면 자신도 관련된 선대위 난맥상의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데, ‘나는 도와주려 하는데, 후보가 왜 방해물을 치워 주지 않느냐’는 식의 인식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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