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38. ‘쌈짓돈’은 적은 돈
이진원 교열부장
지지난주 이 난을 보신 독자 가운데 ‘정말 기사나 칼럼에 잘못 쓴 말이 그렇게 많으냐’고 묻는 분이 꽤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글로 답변을 대신한다.
‘국민의 혈세를 뽑아 채운 국가의 곳간이 정부의, 그리고 정치권의 쌈짓돈 지갑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칼럼은 ‘쌈짓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돈 정도로 생각한 모양. 하지만,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쌈짓돈: 쌈지에 있는 돈이라는 뜻으로, 적은 돈을 이르는 말.(불우 이웃 돕기 모금에 쌈짓돈이나마 보태려고 합니다./할머니는 손자들에게 쌈짓돈을 꺼내 주었다.)
이러니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우스운 모양새가 돼 버렸다.
‘네 명이 만나서 만두와 고량주를 나누어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는 두서도 주제도 없었지만….’
이 문장은 ‘만두’와 ‘고량주’가 둘 다 ‘마시면서’라는 서술어와 결합하는 바람에 어색해졌다. ‘만두를 곁들여 고량주를 나누어 마시면서’나 ‘만두와 고량주를 나누어 먹으면서’쯤이면 적당했을 터.
‘…양말 파는 점포에서도 강낭콩이 보였다. 중국 양쯔강 이남에서 왔다고 해서 강남콩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남콩’이 ‘강낭콩’의 비표준어가 된 지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이 요리를 처음 만든 할머니의 얼굴에 곰보가 있어 ‘마파’두부라 부른다.’
일단, 표준사전부터 보자.
*곰보: 얼굴이 얽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주인 여자는…박박 얽은 곰보였으나 속살이 몹시 희고 퍽이나 얌전한 여자였다.<이정환, 샛강>)
즉, 곰보는 얽은 자국이 아니라 그런 자국이 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IT 강국답게 전방위로 쏟아지는 건강식품 광고에서 옥석을 가리기는 힘들다. 적재적소에 사용하게 된다면 훌륭한 보조제이겠지만….’
역시, 표준사전부터 보자.
*적재적소(適材適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씀. 또는 그런 자리. =적재적처.(노동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다./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다….)
저기 나온 ‘재(材)’는 인재, 즉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 건강보조식품을 두고 적재적소라 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판이다.
‘간혹 예전에 유명 인사가 들렸었을 때의 일화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다.’
‘들렸다’는 ‘들르다’의 과거형이 아니라 ‘(번쩍)들다’의 피동사인 ‘들리다’의 과거형. 게다가 대과거는 필요 없으니 ‘들렀을 때’면 충분했다. 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