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사회 미국… 직장인 사표 급증
확산되는 번아웃(burn out·심신 소진) 증후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사표를 던진 직장인이 통계 시작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초부터 10월까지 약 3900만 명이 퇴사해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번아웃 증후군’ 20년 내 최고
코로나19 비대면 근무도 원인
사표를 던지는 이유는 이직, 일과 삶의 균형 등으로 다양하겠지만 구인 담당자들은 직장인에게 닥친 번아웃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번아웃은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다가 심신이 고갈되면서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는 상태를 뜻한다. 실제 팬데믹 시국에 직원들이 호소하는 스트레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탱크 컨퍼런스보드가 지난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 직장인 1800명 중 75% 이상이 스트레스나 번아웃이 직장 내 복지에서 문젯거리가 된다고 꼽았다. 6개월 전 조사에서는 55%였다.
여론조사기관 갤럽 조사에 의하면 2019년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미국인 응답률이 48%였는데 2020년 12월에는 현장직 51%, 재택 근무 59%로 각각 증가했다.
팬데믹 전에도 과로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문제였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인의 일일 근무시간은 평균 1.4시간 증가했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집과 일터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일정이 불규칙해지면서 오히려 하루가 길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16%가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한다고 대답했다. 10년 전 이 비율은 12%였다.
팬데믹 기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소통이 강화되면서 근무 밀도가 증가한 것도 한몫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따르면 올해 2월 화상회의 플랫폼인 ‘MS 팀즈’에 투입된 시간은 1년 전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고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특히 이용자 중 절반은 5분 안에 답을 보내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 근무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거나 전염병으로 가족을 잃은 정신적 고통도 번아웃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회사 측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드롭박스는 재택근무나 자율근무를 강화하는 등 직원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뉴질랜드 지사에서 주 4일제를 시험 중이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