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덮친 승용차에… 할머니·18개월 손녀 참변
부산의 한 전통시장 입구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손녀가 탄 유모차를 밀고 가던 60대 여성을 향해 돌진, 할머니와 손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승용차는 두 사람을 친 데 이어 멈춰 있던 야쿠르트 전동 카트를 들이받았고, 충돌 충격으로 전동 카트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수영팔도시장 구경 가던 중 사고
80대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
전동 카트 ‘2차 충돌’로 폭발 화재
가해 운전자는 “급발진” 주장
경찰, 블랙박스 영상 감식 의뢰
부산 연제경찰서와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1시 10분께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입구에서 8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길을 걷던 60대 여성과 유모차를 향해 갑자기 내달렸다. 이 사고로 60대 여성 B 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18개월 된 B 씨의 손녀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승용차는 B 씨 등을 들이받은 뒤 뒤쪽에 멈춰 있던 야쿠르트 전동 카트와 충돌했고, 전동 카트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 상인들과 목격자들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은 10여 분 만에 전동 카트와 A 씨의 차량에 난 불을 진화했다.
숨진 2명은 할머니와 손녀 사이로, B 씨는 손녀를 데리고 시장을 구경하러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손녀는 유모차에 타고 있었지만 강한 충격으로 멀리 튕겨져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큰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량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며 급발진에 의한 사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고가 난 지점은 별도의 인도 없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시장 입구로, 평소에도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뒤섞여 사고 위험성이 큰 곳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전통시장 내부 도로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A 씨의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의 영상을 확보한 상태로, 해당 영상이 사고 장면을 그대로 담고 있어 A 씨가 주장하는 급발진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본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또 전동 카트의 폭발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겠지만,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한 만큼 책임 소재는 분명한 상황”이라며 “A 씨 자신도 사고로 다쳐 치료를 어느 정도 진행한 뒤 추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대성·탁경륜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