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사권 독립' 권한 강화되는 지방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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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정치부 차장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된다.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면 개정돼 내년 1월 13일 시행되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권한은 한층 강화된다. 지방의회 의장에 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부여한다. 의회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충원할 수 있게 하는 등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강화된다.

부산시의회의 경우 안정적인 의회 사무를 위해 부산시와 점진적인 인사교류를 통해 의회 인력을 교체한 뒤, 3년 정도 뒤부터 부산시와 완전 분리된 인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대신 시의회와 구(군)의회 간 인사교류를 하고 시의회 사무처장 공모도 추진할 전망이다. 아직 조직권과 예산 편성권은 없지만, 인사권 독립을 통한 지방의회의 권한이 한층 강화돼 지방정부에 쏠렸던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지게 된다.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
인사 독립으로 지방의회 권한 대폭 강화
낮은 청렴도·반복되는 구태 우려 목소리도
권한 커진 만큼 상응하는 책임 뒤따라야

부활한 지 벌써 30년이 된 지방의회는 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의결, 행정사무 감사, 민의 반영 등 역할을 통해 지방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지방자치 발전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오히려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전부 개정 지방자치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장단 감투싸움과 파행적인 의회 운영은 늘 어김없이 반복됐다. 의원 신분을 이용한 비리와 집행부 인사·예산 과정의 무리한 개입과 청탁, 외유성 해외연수 등도 고질병처럼 이어져 왔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조사에서도 지방의회의 청렴도는 공공기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민권익위가 올해 직무 관련 공직자, 경제·사회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국 82개 지방의회의 평균 청렴도는 6.74점으로 공공기관 청렴도 8.27점보다 훨씬 낮았다. 또 직무 관련 공직자가 지방의원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처리를 요구받은 경험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다. 지방의원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정보를 요청받거나 특혜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경험한 비율도 높은 폭으로 올랐다. 이에 지방의회 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반부패 정책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국민권익위는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시의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의회 부활 이후 2018년 첫 시의회 권력 교체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실제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는 거수기 노릇만 하고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눈치나 보던 구태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상당수가 ‘공부하는 의원상’을 보인 것도 과거보다 개선된 부분이다.

그러나 의장단 구성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집안 싸움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부산시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계파 싸움은 오히려 예전 국민의힘 계열이 주도했던 때보다 훨씬 더 가열됐다. 최근 부산시 산하기관장 인선과 검증 일정을 둘러싼 부산시의회와 부산시의 날카로운 신경전과 잡음도 제각각 따로 목소리를 냈던 시의회 탓도 있다. 초선 중심의 시의원들이 각자 정치를 하면서 부산시와의 협치를 더 꼬이게 한 측면이 있다.

내년도 부산시 예산안 심의 과정도 기이하게 진행됐다. 15분 도시 등 박형준 시장 주요 공약 예산은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치면서 처음엔 사실상 모조리 삭감됐다. 시의회는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는 등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부동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박형준 예산’을 절반 정도 살리는 선에서 예산안이 통과됐다. 부동의란 시가 시의회에서 심사한 예산을 거부하겠다는 것으로, 시의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신규로 편성한 예산안에 적용된다. 상당수 시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혹은 관련된 민간단체 예산을 부산시 보조금심의위원회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면서까지 대폭 증액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 예산이 삭감될 것을 우려해 적당히 절충한 것이다. 부산시에 대한 엄정한 잣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자신들의 정치 행보에 쉽게 무뎌졌다.

이제 인사권 독립으로 지방의회 의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지면 보은 인사, 자기 사람 심기 등 인사 관련 문제가 추가로 터져 나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권한이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도 뒤따라야 한다.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의회가 보다 분발해야 할 때로, 시민들 사이에서 지방의회 권한 강화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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