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항 친수공간 개방, 시민 염원 받드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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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의 친수공간이 마침내 열렸다.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 지역 가운데 친수공원 일부가 23일 오전 9시부터 시민에게 전격적으로 개방됐다. 이번에 개방된 친수공간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해양문화지구 사이에 있는 문화공원 1호와 야영장 등을 포함해 총 3만 4000㎡ 규모에 달한다. 북항 1단계 공사 이후 완전히 달라질 북항의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산역에서 보행덱으로 걸어서 왕래할 수 있는 만큼 원도심 인근 주민과 관광객들의 새로운 휴식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벤트 기간인 내년 1월 2일까지는 시민들의 관람과 체험을 돕는 특별한 행사도 열리고 있다. 나머지 구간 역시 공사가 단계적으로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5월께 2차 개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3일부터 1차 공개 북항 변신 확인
‘시민을 위한 공간’ 의미 되새길 기회

이번 친수공간 첫 개방이 지니는 의미는 북항재개발의 기본 개념이 제시된 지 실로 십수 년 만에 부산 시민의 염원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국가적 차원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항만시설로 인해 오랜 세월 희생을 감내한 부산 시민을 위한 것이다. 북항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바다에 접근해 바다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게 북항재개발의 기본 정신이다. 이 같은 근본 취지의 틀 안에서 각종 공공 개발에 따른 이익의 일부도 지역사회에 환원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북항재개발 사업은 시민들의 염원과는 달리 퇴보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올해 부산 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해양수산부의 처사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북항 1단계 재개발 제10차 사업계획 변경안이 수립되면서 북항의 상징과 같은 이동수단 트램의 사업비가 부산의 부담으로 넘어왔고 공공 콘텐츠 사업은 대폭 축소됐다. 공원 같은 친수공간 구역보다 항만시설 규모가 더욱 커져 버린 것도 사업 초기의 마스터플랜에서 크게 벗어난 부분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서 부산 시민이 성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북항의 친수공간 개방이 첫발을 내디딘 점은 마땅히 환영받을 만하나 북항재개발의 초심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개방이 시작되는 23일에는 북항재개발 사업의 정상화와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범시민추진협의회'도 공식 출범했다. 2단계 사업을 위한 민관정 협의체이긴 하지만 북항재개발과 관련된 부산의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시민의 뜻을 한데 모을 필요가 있겠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 논리에 맞서 북항재개발의 근본 의미를 되새기고 헝클어진 1단계 사업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일이다. 친수공간 개방이 시민들의 이런 염원을 받드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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