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헌법에 담아야 완성… 대선후보 공약 포함시켜야”
지방분권 개헌 부산 토론회
올해는 지방자치제 시행 30주년이다. 그간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만 있을 뿐, 발걸음은 더뎠다.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분다. 대선 정국 속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 지방분권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주도로 개헌안 초안이 마련됐고 세부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에 전국지방분권협의회와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지난 20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지방분권 개헌 전국 순회 부산 토론회’를 열었다. 박재율 전국지방분권협의회 공동의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강일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개헌안 초안을 설명했다. 토론자로는 강병균 부산일보 논설위원, 배준구 경성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최백영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이 참석했다.
△강일신=위원님들과 열띤 토론 끝에 지방분권 개헌안을 도출했다. 우선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라는 조문을 넣는 안을 의결했다. 입법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직접 또는 국회·지방의회를 통해 행사한다고 규정함으로 국민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회는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지방이 의회를 통해 국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참의원 표현을 썼다. 참의원의 구체적인 선출 방법은 해당 광역지방정부의 자치 법률에 따르도록 했다. 자치 사법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근거 조항을 만들었으며, 운영 방법은 국회·자치법률을 통해 구체화하도록 안을 마련했다. 자치 재정권도 주된 논의사항이었다. 지방 정부가 자기 책임으로 자치 사무를 수행하고, 이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지자체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위임 사업은 국가의 비용 부담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했다. 국가가 자치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배분하도록 했다. 지방세 종류, 세율, 징수 방법은 자치법률로 정하는 조항도 만들었다. 이 밖에 헌법 개정안 발의, 의결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박재율=크게 7개 의제가 담긴 것 같다. 추가나 삭제할 의제가 있다면 말해 달라.
△배준구=개헌의 핵심은 지방분권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다. 문재인 정부도 연방제 수준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표방했지만 실제 하지 못했다. 연방제 수준은 입법, 행정, 사법을 분권화하는 것이다. 지금의 개헌안 수준으로 간다면 프랑스, 일본보다도 앞설 수 있다. 다만 입법, 행정, 사법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담겨있는데 국민 참여 부분이 약간 빠졌다.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국민소환제 이 3가지를 보완하는 것이 나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또 헌법 개정은 향후 남북 통일 상황까지도 내다봐야 한다. 통일되면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균형 발전, 지역 인재 육성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포함했으면 좋겠다.
△박재율=국민참여제 등은 사실 유신 전에 일부 있었다가 없어졌다. 그간 시민사회, 학회 등에서 주장했던 것이라 크게 이견이 없다. 필요성에 공감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도가 있지만,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없어 이 부분도 반드시 필요하다. 헌법이나 법률 개정도 국민이 일정한 요건이 되면 국민투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강일신=특위 논의 과정에서도 국민 직접 참여 사항을 논의했다. 그러나 지방분권 개헌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고, 참여 민주주의의 수단으로 판단돼 이 부분은 일단 빼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에 찬성한다. 그러나 개헌안에 꼭 담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주민이 직접 또는 지방정부를 통해 행사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기 때문에 자치정부 수준에서 주민 참여 여지를 폭넓게 열어뒀다. 균형 발전, 지역 인재 육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강병균=전문적인 지식 없이 개정안을 보면 일반인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개헌안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조기 시행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홍보나 교육이 필요하다.
△박재율=다음으로 개헌안을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추진할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법률·입법적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은 헌법이라는 체계 안에 이런 부분이 담기지 않으면 국정운영의 분권형 혁신은 어렵다. 수십 년간의 귀중한 경험, 외국의 사례를 토대로 이제는 헌법을 바꾸자는 것이다.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후 지방자치 조항은 딱 두 개다.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하다. 지방분권 개헌은 가장 시급한 국가적 의제라는 차원에서 우리가 논의하고 있다.
△최백영=여러 시민단체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간 성과를 분석하고 실천 과제를 발굴하는 등 어떻게 하면 개헌을 완수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준비하고 투쟁해야 할 시점이다. 내년 3월과 6월에는 각각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개헌이 최우선 공약이 되도록 다시 한번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 선거 후보자를 설득해야 한다. 전국 지방분권협의회 위원, 지방분권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체계적으로 투쟁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강병균=수도권이나 중앙 관료 입장에서는 자기 힘이 분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반발이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헌을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것처럼 그들도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많이 할 것이다. 공청회, 세미나 등 다양한 의견 수렴과 홍보를 통해 설득시키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년 대선과 지선이 좋은 기회다. 개헌안이 완성되면 국회, 정당, 선거 출마자에게 보내 당위성을 인식시키는 등 순차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부울경 메가시티가 추진되고 있는데 그 단체장과 의회 구성 등 이런 부분도 지방분권 개헌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재율=대시민 홍보, 공감대 형성에 언론 역할이 상당히 크다. 이번에는 한국지방신문협회가 발 벗고 같이 나서 상당히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침 27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초청해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해 협약을 체결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대선후보와도 협약 체결을 추진할 것이다. 대선 공약화와 함께 내년 대선 후 인수위원회에서도 개헌이 최우선 과제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이후 국회 헌법개정 특위를 만들고, 2024년 4월 차기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같이 해 개헌을 완성하는 로드맵이 실현돼야 한다. 대통령 의지와 더불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추진 주체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관련 위원회가 다 자문기구다. 부총리급 기관이 필요하고, 청와대 안에 분권 수석실도 설치해야 한다.
△배준구=개헌안을 만드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개헌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분권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게 선진국을 통해 확인됐다.
정리=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