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소감] 할아버지가 내게 베푼 애정, 이번엔 소설이 내게 베풀어
단편소설 당선 소감-양기연
몇 년 전까지도 LPG 가스통으로 온수를 뽑아 썼던 본가가 생각났다. 겨울이었고, 샴푸칠을 하던 중 가스가 끊겼다. 물에 젖은 채 외출 중이던 할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대충 씻고 나와. 그 말에 버럭 짜증을 내며 찬물로 거품만 씻고 나왔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데, 창밖에서 도르륵 도르륵 가스통 굴리는 소리가 났다. 할아버지가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제 다시 씻어. 그렇게 말하고 할아버지는 다시 볼일을 보러 나갔다.
할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의 조를 떠올리고는 했다. 조가 핍에게 베풀던 무기력한 애정이 당신이 내게 주는 애정과 닮아 있어서. 애정을 받아본 경험이 적어, 방법이 서툰 사람의 애정을 받고 자란 자녀에게는 필연적으로 죄의식이 동반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글에 할아버지를 등장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의 기반을 만들고 기꺼이 내 죄의식의 핑계가 되어준 할아버지. 당신이 내게 베푼 애정만큼 이번엔 소설이 내게 애정을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어쩌겄어, 그려도 해야지.
당신의 말버릇. 가끔은 정말 듣기 싫었던 그 말이 내 발판이 되었다. 그래도 해야지. 앞으로도 그렇게 글을 쓰겠다.
감사한 분들이 많다. 부산일보, 김수진 교수님, 김태수 교수님, 동기들, 그리고 할아버지와 삼촌, 내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약력 : 1998년 전북 전주시 출생,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 본명 양효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