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평론 심사평] 분석의 조밀함·해석의 깊이·단단한 문장력
문학평론이든 영화평론이든, 텍스트의 분석과 해석이 먼저다. 다음으로 비교하거나 사적 맥락을 따지는 게 순서다. 문학평론은 편수도 적었지만, 문학사적 의미망을 전제하거나 주관적인 해석을 펼치는 글이 대다수였다. 텍스트의 결을 따라 읽고서 그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중요하다. 영화평론의 경우에도 주관적이거나 텍스트 외부의 사례를 지나치게 끌고 오거나 이론의 과잉 적용이 적지 않았다. 문학과 영화를 결합하여 멋을 부리기도 하고 감독론을 목표한 과도함도 보였다. 기술변화에 따른 스트리밍 체제를 주목하거나 드라마와 넷플릭스 영화를 비평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변화는 앞으로 수용해 가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선자에게 남겨진 작품은 모두 영화평론으로, ‘‘겟 아웃’, 그 ‘늑대’의 귀환에 대하여’ ‘생존보다 오래 살기: 바이러스의 메타포, 좀비영화를 중심으로’ ‘이 영화의 중심부는 어디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에 빠진 것처럼’’ ‘길 잃은 현존재들의 시간-찰리 카우프만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등 네 편이었다. 서술이 다소 유기적이지 못하거나 영화적 장치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고서 서사 위주의 서술로 일관한 경우를 제외하였다.
‘길 잃은 현존재들의 시간-찰리 카우프만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당선작으로 결정한 데는 분석의 조밀함, 해석의 깊이, 단단한 문장력을 겸비한 성실한 글쓰기가 있다. 부조리극에 비유될 만치 난해한 찰리 카우프만의 이 작품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의 철학과 겹쳐 읽으면서 영화적 특이성을 포착하였다. 이론을 앞세우지 않고 감독의 다른 작품과 맥락을 생각하면서 이 영화의 위치를 잘 드러내었다. 심사위원 구모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