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정치적 리얼리스트’ 태종이 대선에 조언한다면
태종처럼 승부하라 / 박홍규
성군인 세종대왕을 언급할 때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태종 이방원이다. 역사가들은 세종의 등장을 위해 악역을 수행했던 아버지로 평가하기 일쑤다. 조선이라는 신생 왕조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외척과 공신 세력을 처단해야 했던 권력의 화신으로 비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방원이 고려 말 유학의 거장 정몽주를 격살하고, 건국 후에도 정도전은 물론 형제까지 죽인 사실에서 비롯된다. 특히 아버지 이성계까지 왕위에서 밀어냈다는 사관(史觀)에 이르면서 설득력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태종처럼 승부하라’의 저자는 그런 시각에 선뜻 동조하지 않는다. ‘권력의 화신에서 공론 정치가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권력을 쟁취하고 권위를 창출한 ‘정치적 리얼리스트’로 태종을 바라본다. 세종을 중심에 두는 관점으로 태종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태종의 독자성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역사상 무자비한 권력으로 왕위를 차지한 인물의 결말이 좋은 경우는 드물었다. 권력투쟁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면서 주위를 피로 물들인 적이 많다. 저자는 태종 이방원이 이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권력의 찬탈에서 시작해 권위를 창출하고 정치적 영광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그는 성공한 정치가였다.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한다. 마키아벨리의 현실적 정치와 플라톤의 이상적 정치를 넘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조화와 중용을 엿볼 수 있다.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홍규 지음/푸른역사/580쪽/2만 2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