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고양이 시인’의 눈물겨운 ‘냥이 식당’ 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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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 이용한

한파가 몰아치는 날, 출근길에 햇살이 내리쬐는 화단에 ‘냥이’가 웅크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도시인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아, 이 추운 겨울에 어디에서 잘까?” “고양이 개체가 너무 늘어나 밤마다 시끄러워 못 살겠어….” ‘캣맘’ 노릇을 두고도 남편과 아내가 다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인간 세상에 섞여 사는 고양이는 확실히 그렇게 불안한 존재다.

이 책은 고양이를 향한 이용한 시인의 한없는 연민과 사랑의 기록서이다. 인간들과 처절하고 용감하게 부대끼며 생멸하는, 한바탕 ‘묘생’이 펼쳐진다. 이 시인은 이미 ‘고양이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시작으로 몇 권의 고양이 시리즈를 출간한 바 있다.

13년간 무상의 ‘냥이 식당’을 운영하며 수십 마리 고양이들과 몸소 겪은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시골 어르신들이 악착같이 쥐약을 놓으며 길고양이를 죽이려 하고, 한쪽에서는 시인이 어떻게든 한 마리의 고양이라도 먹여 살리기 위해 마을 사람 눈을 피해 조심조심 ‘비밀영업’을 하는 고양이 식당의 눈물겨운 풍경이 가슴 시리다. 온갖 행태의 고양이 화보가 현실감을 더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녀석은 눈발이 들이치는 대문 앞에 기다림의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장에 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는 게 분명해 보였는데, 거세지는 눈발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할머니가 다릿목을 지나 고샅으로 들어서자 녀석은 버선발로 총총 달려나가 할머니를 마중했다….” 문장 곳곳에 충만한 시인의 감성이 넘실거린다. 이용한 지음/문학동네/341쪽/1만 78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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