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실명계좌 확보 협조 땐 다수 가상자산거래소 부산 이전”
내년 3월 가상자산의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트래블룰’이 시행되면 가상자산의 불법 자금세탁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해당 리스크 탓에 올해 은행권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했던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 상당수가 내년 실명계좌를 얻게 될 전망이다. 그중 일부 거래소가 최근 부산시에 실명계좌 확보 협조를 조건으로 본사의 부산 이전 의사를 밝혀와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록체인협회 부산시에 전달
‘부산 특구 활성화 방안’ 건의문
거래소-지역 금융기관 제휴로
실명계좌 확보토록 협조 요청
“최대 10곳까지 이전에 긍정적”
23일 한국블록체인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부산시에 전달한 ‘부산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 방안’이라는 건의문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 수준 등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기준을 갖춘 거래소와 지역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중재해 달라”며 “(이 조건만 이행된다면) 협회 소속 중소형거래소의 본사 부산 이전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3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현재 가상자산 거래업자로 신고 수리된 거래소는 모두 24곳. 그중 ‘빅4’(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만이 원화마켓(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 운영이 가능하고, 나머지 20곳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코인마켓 운영만 가능하다.
거래소가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면 은행권의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은행권에선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우려가 커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는 상황이다. 실제 부산은행은 올 하반기 복수의 거래소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요청을 받고 자체 논의 끝에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내년 3월 25일 트래블룰이 시행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트래블룰은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규제다. 가상자산을 입출금하는 양측 당사자의 정보와 거래 목적을 기록하고 정부 요청이 있을 때 관련 정보를 즉시 제공해야 한다. 우리 금융당국은 올해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했다. 당초 트래블룰도 바로 적용하려 했지만 시스템 구축 시간을 고려해 내년 3월 25일로 유예했다. 설재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은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지역 금융기관을 설득해 실명계좌 확보에 적극 협조할 경우 거래소들 역시 집적 효과를 위해 블록체인 특구인 부산으로 본사를 집단 이전할 의향이 있다”며 “현재 5곳 이상의 거래소가 이에 긍정적인 대답을 했고, 최대 10곳의 거래소 본사 이전도 가능하다”고덧붙였다.
결국 협회의 제안은 부산시가 부산은행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적극 설득해달라는 의도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명계좌 개설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은행의 몫이기 때문에 부산시가 협회에 어떤 약속을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결국 공은 부산은행에게로 넘겨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아직 트래블룰이 시행됐거나 제안이 들어온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