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상권 동보프라자 시대 ‘부동의 1위’ 교체 비결은?
온라인 인지도·저렴한 임대료
부산 서면 상권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
동보프라자가 2년 연속으로 국토교통부의 표준지 공시가격에서 그간 부동의 1위를 지키오던 금강제화를 밀어내고 부산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시가격을 책정한 한국부동산원의 책정 근거는 인근 토지의 실거래가. 동보프라자 뒤편 이른바 ‘공구거리’ ‘배대포 골목’이라 불리는 이들 소규모 필지가 고가에 거래되면서 꿈틀거리는 땅값이 그대로 공시가에 반영된 결과다.
상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공시가격 변화를 단순한 지가 순위 변동 정도로 보지 않는다. 서면 상권의 무게 중심이 ‘구 상권’에서 ‘신 상권’으로 확실히 옮겨갔음을 의미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동보프라자 표준지 공시가격
금강제화 밀어내고 부산 1위에
‘공구거리·배대포골목’ 고가 거래
배후 상권 매력은 SNS 트렌드
구 상권보다 절반 임대료도 한몫
“왕좌 계속 이어갈지 지켜봐야”
■확장에 편한 전국구 인지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부근에서 장사를 하던 문 모 씨는 2년 전 ‘배대포 골목’을 찾았다가 곧바로 가게를 옮겼다. ‘어느 가게 할 것 없이 손님을 우겨넣는 수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폭발적인 유동인구를 보고 놀란 것이다.
한 달간의 시장분석을 마치고 문 씨는 권리금 3억 원을 내고 ‘배대포 골목’에 입성했다. 그는 “지금도 올라가고 있는 권리금을 보면 3억 원을 주고도 싸게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을 봐도 대부분 가게를 2~3개 중복으로 운영하고 있고, 코로나로 어렵다 해도 업종을 바꿨으면 바꿨지 가게를 내놓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서면 상권의 장점이 유동인구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확장을 시작한 이들 동보프라자 배후 상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온라인상의 인지도를 꼽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한 ‘해시태그 경쟁력’으로 중무장한 상권이라는 말이다.
젊은 층에 강하게 어필하는 이 같은 온라인 인지도는 사업 확장에도 유리해 상권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왕년 ‘대구에서 성공한 프랜차이즈는 흥행의 보증수표’라던 말처럼 동보프라자 배후 상권에서의 성공은 프랜차이즈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문 씨 역시도 ‘배대포 골목’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가맹 요청을 받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2곳이나 냈다.
동의대 부동산학과 홍준성 겸임교수는 동보프라자 배후 상권을 ‘트렌드를 선점한 이들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5~6년 전부터 낡은 주택 등을 개조해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한 소규모 점포가 늘어났고, 이 같은 트렌디한 분위기가 젊은 층의 기호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빈티지한 분위기는 이곳에 흔한 낡은 공구점만 확보하면 거액의 인테리어 공사 없이도 충분히 연출이 가능했다”며 “온라인 맛집으로 알려진 작은 점포 앞에 줄지어 앉아 웨이팅하는 모습까지도 멋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입맛을 제대로 포착한 게 상권의 성공 비결”이라고 짚었다.
■ 임대료는 1번가의 반값
영광도서 인근과 서면 1번가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도 이들 동보프라자 배후 상권의 매력이다. 오랜 기간 중심상권으로 각광받으면서 월세가 200만~300만 원대로 고착된 구 상권과 달리 이들 신 상권의 임대료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사실 동보프라자 배우 상권마저도 이미 한 차례 성공을 거둬 임대료가 오른 상태다.
전포카페거리와 동보프라자 상권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미 이들 상권은 전포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전리단길 상권’과 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을 중심으로 한 ‘전포 4번가 상권’으로 다시 분화된 상태다.
2019년부터 전포 4번가에서 카페와 꼬치집을 운영 중인 배 모 씨는 끊임없이 분화하는 이들 상권에 2000만 원 남짓한 권리금에 진입했다. 인근 점포의 권리금도 이미 3배 이상 올랐다.
배 씨는 “월 300만 원도 흔한 1번가에 비해 전포 4번가는 월세가 거의 절반도 안 하는 수준이라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동보프라자와 쥬디스태화 배후 상권은 분화된 전포 4번가 상권까지 합치면 거의 확장이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옮겨간 서면 상권의 무게중심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추세를 이어갈지 주목한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전포카페거리처럼 될지, 서면1번가처럼 꾸준히 명성을 이어나갈지는 가늠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주류시장의 주고객 층이 40~50대에서 20~30대로 바뀌면서 젊은이가 찾는 공간이 바뀌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젊은 자영업자가 진입하기 힘든 1번가 대신 덜 각광받던 곳을 발굴해 낸 케이스지만, 과연 젠트리피케이션을 이겨내고 계속 왕좌를 이어나갈지는 다소 시일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