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었던 의정 활동 8년, 더는 욕심내지 않으려 합니다”
무소속 김종한 부산시의원
부산시의회 김종한(62·동구2·무소속) 시의원은 지난 1일 돌연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고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시 ·군 ·구 지방의원 중 처음이다. 김 의원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물러나야 할 때”라며 주변 만류에도 뜻을 접지 않았다. 차기 동구청장 출마설까지 나왔던 김 의원이었기에 이 같은 결정은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 21일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이제 회사 일에 전념하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 중견 전문건설업체 무성토건(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정치에 매진하면서 회사를 직원들에게 거의 맡겨두다시피 했다”면서 “이제는 47명의 직원들과 그 식구들을 위해 일할 때”라고 말했다.
부산 첫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전문건설업체 ‘무성토건’ 대표 겸임
여태껏 받은 도움, 주민에 보답할 것
불출마 선언 배경에는 후배 정치인을 위한 뜻도 적잖이 반영됐다. 원도심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새 인물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7~8년간 열심히 쫓아다니며 활동했고, 더는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면서 “나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나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많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안창마을의 노후 목욕탕 재개장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의정활동에서 서민, 어르신을 위한 복지 확대를 ‘1순위’로 여겨왔다. 김 의원은 “목욕탕 이용객 대부분이 집에 연탄을 때는 등 사정이 어려운 주민들”이라면서 “5분 발언, 현장 점검 등 장기간 노력 끝에 5억 원가량 예산을 편성했는데, 그 어떤 대규모 사업보다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당시 주민들에게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7년간 추진 끝에 결실을 보게 된 초량 윤홍신 장군 석상 정비 사업 등에도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 생활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갈등, 불편함 등이 많다고 토로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옛 새누리당) 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공천 과정의 공정성 등을 문제 삼아 곧바로 탈당했고, 부산 유일 무소속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은 “주민들과의 관계에서도 특정 주민과 밥을 먹거나 하면 그 사람만 챙긴다는 오해를 낳더라”면서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부산시 발주 공사 수주를 못 해 본업 타격도 컸다”고 말했다.
시의원으로서 한계도 실감했다. 예산 대부분이 기존 사업 위주로 편성돼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최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도 55보급창 이전과 부산진역사 시민공원 추진을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기존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증액하는 일을 넘어 새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의원도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기업가의 꿈을 이어간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지역 봉사에 힘쓸 예정이다. 김 의원은 “정치하면서 받았던 도움을 주민들에게 갚아 드릴 것”이라면서 “이제는 ‘정치하려고 저런다’는 오해도 받을 일이 없어 맘 편히 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