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장기 저장’ 길 열었다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 확정
정부가 27일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고준위 기본계획)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이 올 9월 15일 대표 발의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을 둘러싼 핵심쟁점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부지 내 저장시설)’ 조항이다.
이번에 정부가 확정한 ‘고준위 기본계획’에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 의무 확보 조항 신설
원전 소재 4개 지자체·주민 반발
“중간저장시설 가동되기 전까지
최소 20년 방폐물 저장 불가피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일방 결정”
37년 중 초반 13년은 부지 선정 절차 마무리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이후 7년 안에 해당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총 20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에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현재의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
정부와 특별법을 발의한 김성환 의원실은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장 확보에 최소 30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북·전남 등 원전 소재 4개 광역지자체는 물론,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16개 단체가 참여한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 등 탈핵단체는 기본계획 및 특별법상 ‘부지 내 저장시설’을 독소 조항으로 꼽고 있다.
기본계획대로라면 중간저장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 최소 20년은 원전 소재 지역 내에 고준위 방폐물 저장(보관)이 불가피하다. 특히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확보되면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시설) 논의가 오히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빌미가 되는 등 ‘핵폐기장 장기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원전 소재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동의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선 모두 24기의 발전용 원자로가 가동된다. 현재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50만 4809다발로, 국내에는 영구처분시설이 없어 원전 내에 임시로 저장(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빛·고리는 2031년, 한울은 2032년, 신월성 2044년, 새울은 2066년에 각각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원전 가운데 중수로형인 월성원전(울성 1~4호기)을 제외한 고리원전, 신고리원전 등 나머지 경수로형 원전은 모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상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부산시 등 원전 소재 지역 4개 광역지자체와 원전 지역 주민들, 탈핵단체 등은 원전 소재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일방독주식 ‘제2차 고준위 기본계획’은 인정할 수 없다며, 기본계획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 등 4개 광역지자체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운영 사항도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선정에 준하는 절차를 법률로 구체화하고, 구체적인 부지 내 저장시설 운영계획을 기본계획에 포함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의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을 한시 운영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한 데 따른 반발을 우려한 듯 ‘중간저장시설이 운영되면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지체 없이 반출하고, 원전지역 간 사용후핵연료 이동은 제한한다’는 점을 기본계획에 명시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